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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돈 줄 더 죄면 모두 파국”(부도 도미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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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돈 줄 더 죄면 모두 파국”(부도 도미노:2)

입력
1996.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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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에 5조원 잠겨/“자유 경쟁 말뿐 규제 일색” 불만우성건설 부도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우성에 버금가는 대형건설업체인 K사는 아침 일찍 회장주재로 간부회의를 열고 자금사정을 확인했다. 이 회사 한 임원은 『자금부서 회의는 보통있는 일이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누구에게나 다음은 어느 회사가 쓰러질 것인가, 혹시 우리 회사는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역시 건설전문업체로 도급순위 20위안에 드는 H사의 임원도 『아침 티타임에서 단연 화제는 우성부도였다. 이대로 가면 제2, 제3의 우성이 속출할 것이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성건설부도는 건설업계를 거의 패닉(공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도급순위 18위로 주택부문에서는 국내 3위의 대형건설업체인 우성건설이 무너졌는데 더 나을 것도 없는 우리라고 무사할 수 있겠느냐는 공포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가 전전긍긍하는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부도를 낸 일반건설업체는 1백45개사. 94년의 47개사에 비해 무려 3배나 늘어났다. 올들어 부도를 내고 쓰러진 건설업체만도 우성건설을 포함해 전남 미금종합건설등 벌써 7개사에 이른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95년말 기준으로 15만2천3백13가구. 매년 주택부문 총투자비용 28조원의 5분의 1에 가까운 5조원이 미분양아파트에 잠겨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우성부도 과정에서 나타났듯 금융기관들이 건설업이 취약하다는 점을 이유로 자금회수에 나서거나 추가대출을 중단할 경우 무너지지 않을 업체가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건설업계 부도는 파장이 여타 업종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하강국면에서는 내수진작이 필요하고 내수진작에는 건설분야 투자가 유효한 수단인데 지금처럼 건설업이 무너지도록 내버려둔다면 경기하강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우성건설만 해도 3천개 가까운 하도급 협력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이번 부도로 이들이 계속 조업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되는 실정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벽지 타일 벽돌 등 수많은 자재납품업체들이 연쇄부도로 무너질 경우 경제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우성을 비롯한 건설업계의 취약성은 무리한 사업확장등 방만한 경영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정부와 금융권에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행정절차간소화를 외치고 있지만 토지매입에서 분양승인까지 6개월∼1년이상 걸린다는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이같은 규제위주의 건설행정이 건설업체의 자금회전을 더디게 하고 높은 금융비용으로 업체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건설업계를 오늘과 같은 위기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건설업을 서비스업으로 분류, 자금대출에 고삐를 물려 놓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불만이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우성부도는 부실기업문제에 앞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탄이라거니, 기업문제는 자유경쟁원칙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거니 하지만 묶을 것은 다 묶어놓은 판에 자유경쟁원칙만을 지키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설업계에 번지고 있는 패닉현상이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는 경고였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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