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싸인 산사는 정말 평화롭다. 온통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고 무한한 여백을 만들어 내는 산 속의 설경이야말로 세상의 온갖 시비, 성패와 잡다한 것들을 말끔히 지워주는 것같다. 이렇게 깨끗한 무의 세계는 도시의 빌딩숲에서 소음에 찌들려온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활력소를 제공해준다.요즘들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현대 물질문명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일상의 번거로움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내일의 활력소를 창조해주는 산사에서의 휴식이야말로 자기를 성찰하고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20∼30년전에만 해도 사찰이 산 속에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별로 환영받을 일이 못 되었다. 그것은 중생구제의 자비행을 적극 펼쳐야 할 사찰이 중생이 살고 있는 시정을 떠나 산속에 도피해 있다는 따가운 비판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환경오염문제가 그다지 큰 관심거리가 되지 않았고 급속한 산업화과정을 통한 정서의 고갈도, 콘크리트문화에 대한 염증도 오늘날처럼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산업의 발달과 경제력의 향상으로 찾아온 번영과 함께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참사, 지존파사건같은 수치와 좌절을 맛보았고 직장에서는 열심히 달려온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다. 몸과 마음을 조용히 쉴 수 있는 안식처가 절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산 속에 있는 절은 황금같은, 아니 그 이상의 무한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려때 그려진 불화 중에는 위와 같은 사상을 담은 재미있는 것이 있다. 「아미타불래영도」이다. 산으로 내려오는 아미타불을 그린 작품이다. 산에는 부처님이 계시고, 바로 신성한 정토 극락세계가 있다는 놀라운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산을 신성시하고 영혼과 육체가 함께 쉴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로 생각했던 것이다. 산 속에 있는 절이야말로 무상대도의 깨우침을 구하는 수도처이기도 하지만 피로에 지쳐 쉬고 싶어 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절대 필요한 휴식공간이다.<도원천태종총무부장>도원천태종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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