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고지 눈앞 뜻밖 파문/부인까지 수사확대 조짐 김의원 “음해공작” 주장/일부언론 도난당한 빌딩 빗대 「캐넌게이트」 명명한국계 미연방하원의원 김창준씨(미국명 제이 킴)의 의회내 사무실에 도둑이 들어 비밀 메모를 훔쳐 간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도난당한 메모는 김의원의 변호사인 테드 더피가 지난해 4월4일자로 김의원 부부에게 보낸 것으로 여기에는 김의원의 92년 선거운동과 관련한 연방수사당국의 수사상황이 담겨 있다. 이 메모는 특히 수사당국이 김의원의 한국계 부인「준 킴」에게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하고 있다.
물론 현단계에서 범인을 단정짓기는 위험천만한 일이나 김의원은 이 사건을 3선을 앞둔 자신의「정치생명을 끝장내고 싶어하는」사람들의 음해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분실된 메모가운데 일부가 김의원에게 비판적인 보도태도를 보여온 캘리포니아의 유력지「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에 공개된 사실은 이같은 추정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기사를 보도한 이 신문의 워싱턴특파원 디나 엘보가디는 『메모의 입수를 포함한 자세한 보도경위는 회사측 변호사와의 약속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 논평을 거부했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을 워터게이트사건에 비유해「캐넌게이트」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을 말해준다. 침입사건이 일어난 김의원의 사무실이 하원「캐넌빌딩」내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계 1세로 92년 출마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제이킴 엔지니어링사를 운영해온 김의원은 이 회사의 운영자금 48만달러를 선거운동에 불법전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지에 따르면 연방수사당국은 김의원의 변칙 선거자금 조달혐의에 대한 증거확보에 실패하자 그들 부부가 관련문서를 파기 또는 변조했을 가능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면서 부인에게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의원에 대한 선거자금 불법조달 혐의의 시효(3년)가 만료되자 그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며 아직 시효도 살아있는「증거인멸」 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LA시내 검찰청사로 더피변호사를 불러 김의원 부부에게 선거자금 기부자 명단 파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들은 또 검찰청내에 김의원의 이름을 딴「제이 킴 룸」이라는 방까지 차려놓고 있으며 확보한 김의원의 세무자료, 선거운동원 명부등 각종 선거관련 자료를 더피변호사에게 보여주며 은근히 겁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원이 도난당한 메모에는 또 수사관들이 92년 김후보에게 모두 9,500달러를 기부한 현대자동차및 대한항공과 김의원 부인의 관계도 추적중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번 사건은 3선 도전을 불과 10개월 앞두고 있는 김의원에게는 최대의 정치적 시련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불법사실이 드러나지 않는한 김씨의 3선 성취는 무난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의 지역구에서 발행되는 또다른 유력지 데일리 불리틴이 지난해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8%가 그의 3선도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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