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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멈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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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멈춤(장명수 칼럼)

입력
1996.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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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로 달리던 12·12및 5·18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지법 김문관판사는 그 사건 관련자들이 낸 「 5·18 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을 받아들이고, 피의자들에 대한 영장을 일부 기각했는데, 이로써 5·18 특별법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위헌여부를 가리게 됐다.법관경력 2년인 32세의 「새파란 판사」가 3당 합의로 제정된 역사적인 특별법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은 일대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특별법제정에 참가했던 여야 3당은 『사법부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으며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결을 기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판사는 결정문에서 『내란죄에서는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기간동안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보아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판단되지만, 군사반란죄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으며, 소급해서 그 시효를 정지 내지 배제하는 법률은 위헌』이라고 밝히고 있다. 5·18은 처벌할 수 있으나, 12·12 처벌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법 해석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 12·12와 5·18은 쿠데타 과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인데, 쿠데타 세력이 집권했던동안 5·18 공소시효는 정지되고, 12·12 공소시효는 진행됐다니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5·18 특별법은 잘못된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한 역사적 입법인데, 내란이냐 반란이냐는 자구해석에 얽매여 위헌 제청을 받아들인 것은 5·18 특별법제정 정신을 외면한 처사라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특별법제정전부터 끊이지 않았던 위헌 시비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것을 환영하고 있다. 찬반을 떠나서 「일단 멈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일사천리로, 일사불란하게 달리기만 할게 아니라 잠시 멈춰서서 호흡을 조절한 후 다질 곳은 다지면서 앞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공은 다시 헌법재판소로 넘어 갔다. 12·12와 5·18 헌법소원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흔들렸던 과거의 일을 유감스러워 하고 있는 국민은 이 문제가 제자리를 찾아간 것을 다행스러워하고 있다. 젊은 판사가 던진 파문은 각자 제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일깨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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