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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안전무시 공격 비난고조/러군,체첸반군 초토화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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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안전무시 공격 비난고조/러군,체첸반군 초토화 이모저모

입력
1996.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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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시신·무기 곳곳 널려 참혹페르보마이스카야의 인질극이 러시아군의 초토화작전으로 유혈진압됐지만 러시아는 이번 인질 구출 작전이 「인질의 안전을 무시한 무자비한 진압작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 TV는 18일 페르보마이스카야 외곽의 들판과 참호속에서 숨진 반군들의 토막난 시체들을 비췄는데 일부 시신에서는 로켓포에 맞은지 얼마되지 않은듯 김이 나오고 있었다. TV는 또 반군들이 통신장비, 탄약통, 수류탄 더미들 가운데 누운채 처참하게 숨져있는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러시아의 이즈베스티야는 18일 현지에서의 보도를 통해 러시아 특수부대의 진압 작전이 정보 부족상태에서 무계획적으로 이뤄졌으며 인질들의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모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3일간 현지에서 취재 활동을 벌인 이 신문의 발레리 야코프 기자는 『풀려난 인질들은 구출된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아 살아 남은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체첸반군동조자들이 납치한 여객선이 19일 보스포루스해협 입구인 아나돌루페네리에 닻을 내리자 기다리던 체첸지지자들이 몰려와 깃발을 흔들며 환호성을 울렸다. 일부 극성분자들은 작은 보트를 타고 피랍선에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러대의 터키 해안감시선들이 정박한 피랍선 주위를 에워싸 경계태세에 돌입했으며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도 납치된 여객선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납치범들의 지도자 무하메드 코크칸은 이날 『해협의 안전을 위해 보스포루스해협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며 『터키당국이 우리의 요구를 생방송으로 보도하면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터키당국에 전했다.

○…유럽연합(EU)은 18일 체첸 폭력 사태가 조기에 종결되고 터키여객선 납치 사건도 무사히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U는 EU 의장국인 이탈리아 외무부 성명을 통해 『어떠한 인질극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더 이상의 희생 없이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페르보마이스카야·모스크바·이스탄불·브뤼셀 외신="종합">

◎유혈진압이후의 러시아/옐친,보수화 가속전망/공산당 등 공세 대항… 정계재편 불가피/소수민족 반발에 러연방 흔들릴 우려도

러시아는 대규모 유혈사태로 끝난 「페르보마이스카야 인질극」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당초 인질극의 강경진압을 통해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강경대응이 오히려 그로즈니의 새 인질극과 터키 여객선의 납치극을 불러 일으키면서 옐친은 국내외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공산당을 비롯한 야당의 공세에 대항하기위해 옐친은 보수세력과의 연대를 꾀했다. 그는 세르게이 필라토프 비서실장을 보수성향의 니콜라이 예고로프로 바꿨으며 마지막 남은 급진개혁파 아나톨리 추바이스 부총리의 사임을 받아들였다. 옐친정권의 보수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로 인한 러시아 정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옐친정권의 보수화는 또 야블로코블록을 중심으로 한 민주진영과의 단절을 초래, 차기대선 전략의 수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옐친은 범민주진영보다는 범보수세력을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기우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지만 책임론을 내세우는 각 정파의 총공세를 이러한 「보수 울타리」로 막아낼지 의문이다.

옐친 대통령은 유혈진압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개발에 나설 것이지만 소수민족의 독립움직임에는 「당근과 채찍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기본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옐친에게 곤혹스러운 것은 이번 작전으로 체첸사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체첸반군은 다양한 지역에서 「두더지작전」으로 옐친정권을 괴롭힐게 틀림없다. 또 이번 사태의 희생자가 또다른 소수민족 다게스탄인이어서 러시아군의 무차별 진압작전은 여타 소수민족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때 21개 자치공화국등 모두 89개 연방주체로 구성된 러시아연방은 구소련처럼 기초부터 흔들릴 우려도 있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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