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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이젠「흑자부도」까지/잘나가던 우량기업 하루아침에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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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이젠「흑자부도」까지/잘나가던 우량기업 하루아침에 “와르르”

입력
199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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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자금난·거래업체 부도 못 이겨/새해들어 줄줄이… 연착륙 실패 우려연초부터 중소기업들의 「흑자부도」가 줄을 잇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관련기관 및 단체에 의하면 새해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쓰러지는 중소기업이 하루 30∼40개사에 이르는 등 부도사태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공업호황―경공업불황이라는 양극화현상 속에서 발생했던 지난해 하반기의 구조조정형 부도사태와 달리 올들어서는 비교적 탄탄한 기술과 판매력을 갖고 있던 기업들이 쓰러지는 흑자부도가 상당수를 차지, 경기연착륙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흑자부도란 튼튼한 거래선과 기술력으로 전년도 결산에서 흑자를 내는 등 내재적 가치가 있는 기업이 경기급락때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거나 거래업체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연쇄적으로 부도를 내는 경우.

4일 부산 북구소재 염색가공업체인 L섬유는 대형납품업체들로부터 밀린 대금 1억여원 때문에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93년 2월 창업된 이 회사는 부산 대구권의 주요 의류업체들을 거래선으로 확보하고 있었으나 비자금정국으로 의류경기가 치명타를 입는 바람에 대금결제 지연으로 결국 피해를 당하게 됐다.

6일에는 경북 청도군소재 L섬유가 부도처리됐다. 12년만에 연간매출 100억원규모로 성장했던 이 업체는 거래선 중 하나였던 논노가 지난해 11월 부도난 이후 내수거래업체를 다각화하고 수출물량을 늘리는 등 비상대책을 추진했으나 8,000만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나고 말았다.

올들어 부도로 쓰러진 업체 가운데는 최근 큰 폭의 호황세를 타고 있는 전자부문 업체도 60여개사나 포함돼 있다. 원자재가격은 상승하지만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올려주지 않아 물건을 많이 납품할수록 손해를 입는 악순환에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는 실정이다.

인천시 소재 C전자는 연간매출 50억원규모의 전자부품업체로 D전자 S전자 등 대기업들에 납품해왔으나 최근 부도처리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호경기를 누리는 대기업들이 납품가를 올려주기는 커녕 연말부터 부품가격 인하를 종용해왔다』며 『인건비나 공장임대료 등은 계속 오르는데 제품가격은 오르지 않아 빚더미에 시달리다 결국 부도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흑자부도는 경기가 갑작스레 냉각할 때 많이 발생한다며 하강국면에 접어든 우리경제가 경기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우량기업이 눈을 뜬채로 쓰러지는 흑자부도사태가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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