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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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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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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신뢰의 상징이다. 은행만큼은 믿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어야 사회의 기본 질서가 유지 될 수 있다. 은행의 은행이라는 중앙은행이 어딘가 불안하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면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이 도둑을 맞고 우편행낭을 분실당하는 등 계속해서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은 한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신용질서가 흔들리고 사회불안이 조장될 수 있는 불길한 사건이다. 사고연발의 중앙은행은 부실건축물 이상으로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조폐창에서 현찰이 유출되고 지점에서 헌돈을 도난당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은행이 신뢰의 상징인 중앙은행으로서, 신용질서의 중추기관으로서 그 본분에 대한 뉘우침과 반성이 없었다는 증거다. 총재를 비롯한 임직원 상당수가 해임되는 등 엄중한 문책이 있었는데도 각성이 없었던 것이다. ◆한국은행이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은 인플레로부터 민생을 보호하는 호민관으로서의 임무고 금융자금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정의를 세우고 민주화를 촉진하는 경제질서 수호자로서의 임무다. 한국은행이 그 임무를 위해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도 국민적 신뢰의 바탕이 있어야 공감과 힘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독립을 주장하기에 앞서 먼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분발해야 할 것이다. 한은이 사고연발로 불신을 받아 호민관과 경제질서의 수호자로서 본연의 임무를 못하게 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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