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에 의한 5·18특별법위헌제청신청수용과 그에 따른 일부 영장발부보류가 정치권과 사법부 전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직 두 대통령을 포함한 12·12 및 5·18사건 주모자들에 대한 단죄를 주도해 온 검찰이나 정치권으로서는 갑작스레 부각된 이같은 사법적 돌출변수에 현실적으로 일말의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재판을 맡은 사법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일부 예상되어 오긴 했지만 특별법에 대한 위헌 여부가 권위있게 가려진 전제 아래에서만 사법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파문과 혼란은 그 수습이 빠를 수록 좋다. 결국 법원의 위헌법률심사제청을 받게 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장 중요해졌다.
헌재는 이번에야말로 최고판정기관의 권위를 살려 명확한 사법논리로 될수록 빠른 시일안에 위헌 여부를 가려, 오늘과 같은 사법적 혼란과 무질서를 끝장낼 책임이 있다.
서울지법이 이번에 위헌제청신청을 수용한 결정문으로 볼 때 헌재가 가려줘야 할 것은 몇가지로 나뉜다. 먼저 12·12군사반란행위의 공소시효완성 여부와 함께 군사반란죄도 5·18특별법의 헌정질서문란행위의 범주에 포함시켜 시효진행을 정지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5·18내란혐의사건의 시효기산점과 함께 5·18특별법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도 미리 결정을 내려둬야 한다. 왜냐하면 5·18사건 본안재판이 시작되면서 다른 피의자들에 의한 위헌제청신청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역사 바로세우기」란 거창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지금 겪고 있는 일말의 사법적 혼란이야말로 정치권이 자초한 감이 없지 않다. 우선 정치권은 그 단죄를 역사에 맡기자고 했다가 노태우씨 비리적발등을 계기로 현실적 단죄로 급선회하면서 사법적 대응과 준비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유예 및 공소권 없음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었으면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 사법적 질서부터 존중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정치권이 헌재결정내용을 성급히 앞질러 이용했는가 하면 소원취하극을 펴 헌재를 무력화시켰고, 헌재의 판단을 구하지도 않은채 특별법을 만들었다가 이제 다시 헌재의 결정을 구하는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정치권은 서운한 감정을 자제하고, 사법적 결정에 겸허히 따를 자세를 보여야 한다. 명분이 클수록 더욱 절차는 지켜야 하는 것이다. 헌재등 사법부도 과거의 무력함에서 벗어나 빠르고 명쾌한 결정으로 우리 사회가 사법질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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