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코트 중고남학생 열성팬들 발길 북적/남경기 못잖은 열기… 주목받는 여심 “난 행복해”『「오빠부대」 뿐이냐. 「누나부대」도 있다』 농구대잔치의 열기가 한창 한겨울을 달구고 있다. 경기당 최소한 5,000명의 관객을 몰고 다닌다는 연세대 우지원을 비롯, 기아자동차, 고려대팀등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쫓는 오빠부대의 함성이 체육관마다 요란하다. 이같은 극성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아야만 했던 여자농구에 최근 남학생팬들이 몰려들기 시작, 선수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규모면에서는 오빠부대와 비할 바 못되지만 응원의 열성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모의 여자 스타플레이어를 흠모하는 중·고남학생들인 이들 「누나부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썰렁했던 여자농구경기에 재미를 더해 주는 양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누나부대」는 여자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좋아하는 선수별로 대여섯명씩 관중석 곳곳에 모여 경기내내 「오빠부대」여학생들 못지않은 응원전을 펼친다. 이들의 응원이 집중되는 행복한 선수는 삼성생명의 정은순 한현선, 코오롱의 천은숙, 현대산업개발의 전주원 조인현등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스타들. 이들 스타들이 서로 맞대결하는 경기는 누나부대들로 인해 웬만한 남자경기때만큼이나 관중석이 메워진다.
누나부대의 응원은 시종 기성을 지르거나 자지러지게 열광하는 오빠부대와는 다르다.
남학생들은 점잖게 경기를 관전하다가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펼치거나 승부의 고비가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성을 지르거나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이끈다. 게다가 선수의 개인성적을 훤하게 꿰차고 있는등 농구에 관한 전문지식은 오빠부대보다 몇수 위다.
그러나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선수단의 버스가 체육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몰려들어 사인공세를 펴는 모습등은 오빠부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심지어 이때 선수에게 자신의 사진을 슬며시 건네주는 「용감한」학생도 있다.
이들 중에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누나사랑을 이어가는 열성파들도 적지 않다. 팬레터를 보내거나 팀숙소에 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의 생일이나 중요한 경기가 끝나면 선물공세를 펴기도 한다. 실제 PC통신의 농구관련코너들에는 유명여자선수의 개인신상, 또는 숙소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남학생들의 질문이 수십건씩 올라 있다.
삼성생명여자농구단 선수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팀주무 박경자씨(25·여)는 『선수들과의 통화시간을 저녁 1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 시간에만 남학생들의 전화가 하루 10∼20통씩 걸려온다』며 『생일등에는 남학생답지 않게 정성스럽게 접은 종이학이나 귀여운 인형등을 보내와 선수들을 기쁘게 한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농구단의 전주원선수는 『코트에서 남학생들이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행복해진다』면서 『팬들의 성원이 커질수록 선수들은 더욱 멋있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이상연기자>이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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