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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봉·차성근씨 망명과정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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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봉·차성근씨 망명과정 전모

입력
1996.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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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끼리 「집단 월남」 까지 거론”/최­김정일에 보낼 축전 작성거부로 문책/차­남한 동경중 최씨 귀순 추궁당해 결심잠비아의 북한 외교관 부인 최수봉씨(36)와 태권도 교관으로 위장했던 특수공작원 차성근씨(29)의 망명동기와 과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의 망명동기에서는 최근 북한의 체제위기와 관련, 고위층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탈북분위기가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또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는 비교적 젊은 세대의 고위층 자녀들은 한국 또는 제3국으로의 망명을 공공연히 거론할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음도 확인됐다.

「유세도」라는 가명으로 발표된 차씨는 북한 외교부의 차순권 영접국장(우리 외무부의 의전실장격)의 3남 중 장남이라고 우리 관계당국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일성 정치대학을 졸업한 차씨는 86년 10월 인민무력부 조사부 소속으로 구소련에 태권도 교관으로 위장파견돼 첩보활동을 했다. 8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요인암살 등의 특수공작원 훈련을 받고 94년 11월 부인과 아들을 북한에 남겨놓고 잠비아에 역시 태권도 교관으로 위장 파견됐다.

차씨는 잠비아 북한대사관의 보안을 책임질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비교적 대사관 출입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망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의 비밀 임무는 한국대사관 직원을 포섭, 우리의 암호체계와 본부의 훈령내용 등을 파악해 보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차씨는 거의 실적을 올릴 수 없었고 북한 대사 김웅성(56)으로부터 심한 독촉을 받았다는 것.

차씨는 관계당국에서 『강명도씨의 귀순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면서 『대사부부가 지독하게 굴어 직원들끼리 모이면 서로 불만을 토로하면서 심지어 「월남하자」며 집단 망명을 거론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수봉씨가 한국대사관에 망명신청을 하자 대사관의 경비가 삼엄해지고 자신에게도 추궁의 화살이 돌아왔다는 것. 결국 차씨는 강명도씨 등의 귀순사실을 전해들으면서 한국사회를 동경해오다 위기상황에 몰리자 망명을 결심하게 됐다.

잠비아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현성일(37)의 부인 최씨도 비슷한 동기로 망명을 결심하게 됐다. 북한사회과학원의 금속부문 부원장을 지낸 최흥수의 딸로 밝혀진 최수봉씨는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의 엘리트로 우리 관계당국에 평소에도 북한사회에 대성해 심한 회의를 갖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93년 11월 남편을 따라 잠비아로 와 북한대사관에서 타자수로 일하면서부터 남한사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최씨도 94년 11월 김웅성대사가 부임한 이후 대사와 사사건건 대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만이 쌓여 가던 중 김정일에 대한 축전을 작성하라는 대사의 지시를 거부했던 것이 망명결심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최씨가 억지로 작성한 축전에 대해 평양으로부터 문책지시가 떨어지자 대사는 최씨의 뺨을 때리며 심하게 모욕을 주었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가 이러한 사정을 남편 현씨에게 하소연, 현씨가 대사에게 항의하자 현씨도 대사의 문책을 받았다는 것.또 북한의 김대사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청소를 시키려다 최씨가 『청소까지 우리가 해야하느냐』며 항의하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최씨를 다시 구타하기도 했다는 것.또 이 때문에 남편과도 불화가 생겨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는 것이 최씨의 진술이다. 최씨는 자살에 실패하자 곧바로 망명을 결심하게 됐다.

최씨가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후 차씨는 기회를 노리면서 최씨의 남편 현씨와 함께 망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현씨는 대사관 담을 넘으려다 실패, 북한대사관의 다른 직원에 의해 저지됐다는 것이 차씨의 진술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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