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 카리스마 회복” 초조함에 강공책/반군 다발적 저항·비난여론 등 부작용만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체첸의 수렁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군이 페르보마이스카야 마을을 점령중인 체첸 반군의 인질극을 미처 해결하기도 전에 체첸 반군의 다른 세력이 터키에서 러시아행 여객선을 납치하는가 하면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또 다른 인질극을 벌임으로써 옐친을 궁지로 몰고 있다.
체첸 반군의 이같은 파상공세는 기본적으로 체첸에 대한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는 옐친에게 정치적 치명타를 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을 떨어뜨리기 위한 총공세라 할 수 있다.
옐친은 이미 고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장례식에서 재선을 위해 대통령 선거전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번 체첸 인질극의 원만한 해결여부가 그의 재선 가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어 왔다. 그는 추락한 자신의 카리스마를 회복하기 위해 인질극에 대한 강공책을 선택했지만 상황은 옐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수많은 인명피해가 날지 뻔히 알면서도 무력진압을 지시, 반대 진영과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자초했으며 체첸 반군의 더욱 거센 저항을 유발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93년 10월 의사당 유혈사태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체첸사태는 의사당 사태와는 달리 넓은 지역에서 조직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을 터뜨리는 무장집단이 주도하고 있어 일시에 진압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게다가 체첸은 163개 부족이 10여개의 파벌로 나눠져 있어 설사 두다예프 체첸대통령을 몰락시키더라도 이미 독립열기에 휩싸인 체첸 각 파벌이 독자적인 저항을 벌일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체첸의 이같은 부족성향을 이용해 두다예프를 고립시켜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몄으나 실패했으며 뒤이어 단행한 군사작전은 오히려 상호 적대적이었던 부족들간 단결심만 키워주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옐친이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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