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처로 기선 제압” 만족신한국당/“여측 이젠 이념공세 못 펼 것”국민회의/“가만 앉아 보수 확산 분위기 조성”자민련지난 주말부터 여야의 격렬한 공방을 낳았던 색깔논쟁은 17일 일단 잦아들었다. 인신공격으로까지 비화한 진흙탕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이다. 하지만 싸움에 불을 질렀던 국민회의나 이를 되받아친 신한국당, 그리고 곁다리로 끼어든 자민련등은 저마다 이번 공방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총선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고 있다.
○…신한국당은 국민회의가 걸어온 시비에 초반부터 강경하게 대처, 기선을 제압했다는 표정이다. 특히 국민회의가 총선에서 당의 정체성을 문제삼으며 색깔논쟁을 쟁점화하려는 의도를 사전에 봉쇄했음은 물론 당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재야인사 사상검증논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됐다고 보고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공격하고 싶어도 마땅한 계기를 찾지못했던 김대중총재의 「여권세력 줍기」를 물고늘어져 이른바 보수껴안기의 허실과 한계를 부각시킨것도 성과중의 하나로 꼽고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17일 당직자회의에서 김윤환대표는 손학규대변인등을 격려하며 『여야 대변인의 성명전을 보는 재미가 괜찮더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박범진총재비서실장은 『국민회의에는 과격 재야인사뿐 아니라 박정희 전두환정권밑에서 앞장서 일하던 사람도 있는데 김총재가 무슨 면죄부 발행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충분한 사전검토없이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여러색채의 사람을 마구 끌어들여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반성해야한다』며 『차제에 당의 이념성을 보다 분명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색깔론공방이후 국민회의가 작성한 대차대조표는 단연 「흑자」이다. 우선 김대중총재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색깔, 이념문제를 걸어 여당에 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여권의 중요한 선거카드중 하나를 무력화시켰다고 보고있다. 이해찬선거기획단장은 『국민 대부분이 이제 여당내에도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들이 영입된 것을 알게됐다』며 『여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색깔시비는 이제 효력을 잃게 됐다』고 자신했다.
국민회의는 또 이번 공방으로 보수층의 여권이반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지원대변인은 『간첩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들까지 공천한 여권이 보수층의 표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민주당과 자민련이 줄곧 색깔론공방의 외곽에 머물러 있었음을 지적,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양당대결구도가 더욱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비해 당내에는 『괜히 색깔론을 먼저 부각시켜 김총재의 「레드콤플렉스」를 국민에게 상기시키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또 일부에서는 『보수색채를 두텁게해온 자민련만 앉아서 득을 얻었다』는 시각도 있다.
○…자민련은 색깔논쟁은 보수분위기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흐뭇한 표정이다. 정세판단실은 최근 당지도부에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노선싸움은 보수를 주장하는 우리당에만 이득을 안길 것』이라며 본격적 색깔논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은 색깔논쟁은 현정부의 개혁뿐만 아니라 타정당의 영입작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자민련은 내주중 김종필총재의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정치노선에 따른 정계개편을 주장할 방침이다. 또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의 이전투구에 실망, 자민련을 지지하는 중산층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당일각에서는 총선에서 써먹어야 할 색깔론이 너무 일찍 제기됨으로써 효용을 반감시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나치게 보수를 주장하다가 자칫 수구세력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신효섭·장현규·김광덕기자>신효섭·장현규·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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