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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또다른 시작(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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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또다른 시작(천자춘추)

입력
1996.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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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누에고치도 예술품인가』 눈을 번뜩이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어린이들, 생전 처음 듣는 「비엔날레」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갖고 전시장을 찾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떠들어대는 수학여행온 학생과 선생님, 바쁜 시간을 틈내 가족이나 회사동료와 찾아온 사람들이 어울린 지난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9월20일∼11월20일)현장은 어찌보면 아수라장 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이발관에 걸린 그림이나 인물화 풍경화 산수화등을 예술품의 전부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들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보는 사람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예술품은 인간의 두뇌를 창의적으로 계발하는 주요매체이다. 관객에게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 않고 의문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우리에게 남겨준 효과는 컸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개최하는 국제적인 미술행사라 조직이나 운영은 허술했지만 세계 현대미술의 선구자 역할을 자임하는 작가들이 한꺼번에 모임으로써 현대미술의 주된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다. 적어도 광주에 집결된 예술품이 준 충격으로 우리 국민들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또 이러한 문화경험이 외국에 나가서도 최소한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하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던 지난해 10월에 방문한 런던의 테이트갤러리에서 나는 문화대국을 이루게 한 힘의 원천을 볼 수 있었다. 갤러리에서는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화가 터너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전시장 여기저기서 학생과 선생님이 미술관 방문수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조그만 의자 한 개씩을 들고 다니며 작품 앞에 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가 하면 학생들끼리 작품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2년마다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 현장에서 앞으로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전수천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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