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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알맹이없이 둔갑한 “95년 홍길동”(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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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알맹이없이 둔갑한 “95년 홍길동”(영화평)

입력
1996.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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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화면 좋지만 「계급타파 의적」 핵심 놓쳐케이블 TV 「투니버스」 채널은 각종 애니메이션들을 아이들이 잠들기 바로 전인 하오9시까지 방영하고, 매년 여름 월트디즈니사는 환상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한국 극장가를 찾으며, 디즈니만화들 역시 비디오가게에 넘쳐난다. 그런 만화문화 속에 살고 있는 90년대의 어린이들에게 홍길동이라는 캐릭터를 앞세운 「홍길동」은 과연 어떤 효과를 지닐 수 있을까.

허균의 국문소설 「홍길동전」은 양반의 서출로 처음부터 온몸에 조선사회의 불의를 각인하고 태어나 의적으로 활약했던 홍길동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소설은 신동우화백이 65년 「풍운아 홍길동」이란 제목의 만화로 소개했고, 67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만화영화로도 만들어졌다.

95년의 「홍길동」은 우리의 전래영웅 홍길동을 현재형으로 만들어 내느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요즘 어린이 관객들의 빠른 시감각에 맞춰 영화의 흐름을 속도감있게 처리했다. 인기배우들이 목소리를 빌린 더빙도 매끄럽다. 또 옛날 식으로 말하자면 둔갑이지만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각종 변신 로봇(트랜스포머)때문에 익숙한 「변형」의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살려 각 인물들이 호랑이 쥐 익룡 석상등으로 변하는 것이라든지, 빛의 효과를 극대화한 선한 기운과 악한 기운의 기공대결도 스펙터클하다.

하지만 잠깐이다. 현대적 장치도 좋지만 이쯤되면 『우리의 의적 홍길동, 조선시대 계급타파를 위해 싸웠던 홍길동은 어디로 갔을까』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홍길동」은 「맑은 마음이 모여 나라를 구한다」며 선한 기운을 가진 사람들, 즉 홍길동과 곱단이 그리고 골반도사의 수제자였던 호피등 세사람이 모여 나라를 사악한 수심으로 가득 채운 골반도사를 무찌른다는 것이 골격이다.

여기서도 차돌바위의 부모를 죽인 사또 엄가진이 부패한 사대부를 대변하긴 하지만, 그것은 추상적인 선악의 이분법을 위한 설정이다. 따라서 광해군 때의 특정상황을 우화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소설「홍길동전」의 핵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기술에 너무 의존한 탓일까. 오늘날 아이들에게 홍길동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왜 그가 대중의 영웅이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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