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잠비아주재 북한외교관부인 최수봉씨와 태권도사범 유세도씨의 망명·입국은 새해들어 첫 「자유의 승리」로서 현재 북한이 얼마나 어렵고 심각한 상황인가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북한사회에서 선택된 지위에 있는 이들의 귀순은 북한이 식량난·경제난, 그리고 내부적인 동요등으로 체제의 누수현상이 생겼음을 실증한 것이 분명하다.정부는 김일성 사망 이후 심화된 국제적 고립과 철저한 폐쇄·통제에도 불구하고 빚어지고 있는 북한체제의 누수현상등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면밀히 주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휴전 이후 지금까지 숱한 북한동포들이 월남, 귀순해 왔다.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강성산총리(강성산)의 사위, 김일성 대학교수를 비롯, 중국을 통한 탈북자(탈북자), 러시아 벌목공등이 줄을 이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번 최수봉씨는 외교관은 아니지만 북한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공관내에서 합숙했던 만큼 외교관이나 특수요원과 다름이 없으며 특히 시아버지가 현철규함경남도당책임비서겸 인민위원장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또 유세도씨도 태권도사범이라 하나 남동아프리카 일대에서 활약해 온 공작원이어서 이들을 통해 오늘의 북한체제 및 해외공관의 실태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인사들의 탈북·망명은 자신은 물론 가족·친족들의 목숨과 지위까지 건 행위여서 이들의 용기는 치하할 만하다. 가혹하기로 이름 높은 북한형법은 「공민의 조국반역죄」(52조)에서 외국대사관에 대한 정치적 망명을 포함하여 타국 또는 적편으로 도망쳤을 때는 무조건 사형 또는 전재산을 몰수할 뿐더러 가족과 일정범위친족은 강제수용소―독재대상구역으로 보내 연금시키거나 지방으로 축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사람의 망명성공은 잠비아정부의 국제법에 따른 공정한 사건처리덕분임이 틀림없다. 잠비아는 69년 북한과 수교 이후 근년까지 북한의 원조를 받는등 밀착관계에 있었음에도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은 뒤 외무차관이 면담, 자유의사를 확인한 후 현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재확인을 거쳐 이들을 3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망명을 허용했던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한국측에 의한 강제 납치라는 모략과 잠비아정부에 대한 온갖 협박에도 불구하고 국제법 정신대로 조치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아무튼 이번 망명 사건은 북한체제가 동요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망명사건·체제동요를 호도하기 위해 대남비방과 함께 더욱 강경자세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해외공관원, 상사주재원, 유학생, 교민, 여행객들에게 대한 테러와 납치방지에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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