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본고사 수학Ⅱ의 4번 문제(수학Ⅰ의 5번 문제)에 2개의 정답이 가능한 출제를 했다는 것은 이유가 어디에 있든간에 출제능력의 부족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 지극히 실망스럽다.서울대는 시험도중 이 문제가 정정소동까지 빚었는데도 처음에는 출제 잘못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다가 채점에 들어가 채점교수들의 이의제기가 있은 후에야 겨우 2개 정답을 인정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본 우리는 서울대가 「출제 잘못」 자체를 모른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잘못을 알고서도 의도적으로 숨겨보려는 고의성 때문인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13년동안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됐다 3년전 부활된 후 본고사시험과목 선정과 출제경향을 선도했고 출제에 자부심을 가져왔던 서울대의 이번 출제 잘못은 대학의 본고사 출제능력한계와 성의부족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이다.
20점이나 되는 문제를 잘못 출제해 2개의 답이 가능케 함으로써 수험생들이 겪었을 혼란과 그에 따른 엉뚱한 피해를 생각하면 대학은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했다. 이번 서울대의 출제 잘못을 보면서 본고사폐지를 반대한다는 서울대의 주장이 얼마나 헛된 자존심의 과시인가를 새삼 생각케 된다.
서울대의 논술문제출제도 역시 잘된 것이라 할 수가 없다. 「인간의 가치관념과 행위성향의 형성과정」에 관해 설명하는 예문을 주고 답을 요구하는 질문은 「스포츠가 어떠한 특성 때문에 예문이 서술한 인간의 집단구획의식이 주는 현실적 독소를 중화시키면서 이러한 인간적 본능을 채워준다고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쓰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에 관해 주관을 펴보라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논술출제가 난해하고 애매모호하기는 서울대뿐이 아니다. 한양대의 「착시현상을 현상과 본질의 관계로 설명하고 현실사회의 문제와 관련지어 논하라」든지 연세대의 「혼돈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서술하시오」 등 논술제목 자체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게 대부분 수험생들의 불평이었다고 한다. 소위 명문대학들이 논술문제를 난해하게 내는 것을 무슨 권위로 착각하는 것 같아 한심스럽기도 하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출제는 고교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사고력과 통찰력, 그리고 비판력을 측정함으로써 대학교육 수학능력을 알아보자는데 목적이 있음을 대학들은 인식해야 한다. 대학들은 고졸수준에 맞는 출제를 하는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본고사가 폐지되면 논술이 당락을 가르는 절대 변수가 될 것이다. 대학들의 논술출제 개선노력을 더욱 촉구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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