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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3/성악(한국의 예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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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3/성악(한국의 예맥)

입력
199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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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 한국 목소리/현제명·이인선이 대부/미 유학,경성음전설립 후배 양성­현제명/벨칸토 창법 소개,오페라단 창설­이인선/정훈모·채선엽·김형로·이승학 등 가지 무성지난해 8월27일 세계정상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내한공연을 펼쳤던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 무더위 속에 객석을 꽉 메운 2만여 청중은 뿌듯한 감동을 맛보았다. 환상적인 도밍고의 목소리도 그러했지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열창하는 소프라노 홍혜경과 베이스 연광철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스트라스부르 오페라극장. 도니제티의 오페라 「루치아」의 막이 올랐다. 주인공 루치아와 엔리코역은 소프라노 조수미와 바리톤 김동규가 맡았다. 텃세가 심한 유럽무대에서 우리 남녀 성악가가 주역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예부터 노래를 사랑하고 즐겨 불렀던 우리 민족의 예능이 최근 성악분야에서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땅에 성악의 씨가 뿌려진지 100년도 못 되지만 오늘날 수많은 우리 성악가들이 세계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지난해 광복 50주년 기념으로 개최된 「세계를 빛낸 한국음악인 대향연」은 우리 음악이 그동안 이룩한 성과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목소리와 예술적 정서를 농익게 했던 우리 삶의 과정, 개인의 집념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꽃피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성악이 본격적으로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한 현제명(1902∼1960년)이 귀국독창회를 연 것이 1929년이었다. 이인선(1906∼1960년) 이승학(작고) 정훈모(〃) 채선엽(〃) 이유선(〃) 김형로(납북)등 이른바 1세대 성악인들이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전까지는 교회의 찬송가를 통해 성악을 접하는 정도였다.

가장 큰 자취를 남긴 이는 현제명과 이인선. 후에 작곡가로 더 이름을 떨친 현제명은 해방후 서울대음대의 전신인 경성음악전문학교를 설립, 성악가 양성을 시작했다. 연희전문 문과, 세브란스 의학부를 나온 이인선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귀국후 생소하지만 힘차고 아름다운 벨칸토창법을 보급했고 46년 국제오페라단을 창설, 오페라운동에 앞장섰다.

오늘날까지 그 계보가 이어지는 1세대 성악가로는 정훈모 채선엽 김형로 이승학등이 꼽힌다. 정훈모는 조수미와 박미혜의 스승인 이경숙과 박노경, 유태렬, 김혜경등을 가르쳤으며 채선엽은 이규도 이주연을 배출한 김자경과 김복희등의 스승이다. 김형로의 계보는 조상현 오현명 이정희 황영김등 중진성악가들로 이어져 가장 무성한 나무로 자라났다. 윤심덕(작고) 한기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정훈모는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했던 소프라노였다. 또 김천애(작고)는 홍란파의 봉선화를 부른 성악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상현 오현명 안형일 김호성 이인영 이경숙 김신환 황영김 김복희등은 대표적인 2세대 성악가이다.

1세대보다 다소 늦었지만 2세대보다는 명백히 앞서는 그룹이 있다. 김자경과 30∼40년대 일본과 독일등에서 공부하고 온 이상춘(작고) 이인범(〃) 황병덕 김혜란 김천애 마금희등이다. 이인범과 함께 대표적 테너로 활동했던 이상춘은 박성원 신영조등의 스승인 안형일과 신인철, 임정규를 배출했고 황병덕은 주완순 김관동 최현수등을 가르쳤다. 2세대 유학파인 이인영도 박인수 김성길 윤치호 김원경등을 길러냈다. 김호성 김금환등은 이인범의 제자이다.

우리가 배출한 세계적 성악가로는 김영미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 최현수 박세원 김동규 고성현 강병훈 김학남 권해선 조유미 연광철등이 꼽힌다. 지난해 이수정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 합격했고 최근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콩쿠르에서 우리 성악가들이 해마다 입상하는등 스타가 양산되고 있다. 이미 70년대에 김신환이 동양인으로는 처음 이탈리아 라 스칼라에 입단하고, 이성숙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오디션에 최초의 한국인으로 합격하는등 그 가능성이 엿보였었다.<김철훈기자>

◎한국의 3대 소프라노/홍혜경­청아하고 호소력 강한 소리 탁월/신영옥­곱고 정교 메트로폴리탄서 활약/조수미­신이 내린 목소리 카라얀이 극찬

「한국의 3대 소프라노」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 눈물겹고 끈질긴 노력끝에 정상의 프리마돈나로 우뚝 선 자랑스러운 성악가들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음악성과 개성으로 팬들에게 다가온다. 82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서 우승,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홍혜경은 청아하면서도 호소력 강한 「리릭(서정적인) 소프라노」이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면서도 소탈해 상대방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우수에 젖은 듯한 눈망울이 인상적인 신영옥에게서는 수줍은 소녀같은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목소리가 곱고 정교해 「리릭 콜로라투라(화려하고 기교적인) 소프라노」로 불린다. 90년 메트로폴리탄에 입단했다. 조수미는 가장 당당한 성악가이다. 기자회견장에 배꼽티를 입고 나타나기도 하는 그는 자신의 생각을 용의주도하게 전달한다. 카라얀이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극찬했던 전형적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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