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사람」 인식시키려 100억 건네”/노씨 “정치성금 길안내해주라” 지시/구체액수 제시않고 능력따라 내게해/노씨에 기업인이 흰봉투전달 목격/사례비로봐 면담강요 사리 안맞아 <7면서 계속> ―피고인은 경제수석으로 있으면서 부동산투기억제,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종전문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힘썼으며 이같은 정책들이 재벌의 돈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재벌들의 오해나 비난을 받아왔지요.『그렇습니다. 그러나 91년 10월 청남대에서 노대통령이「총선이 다가오고 자금수요가 많아지고 있는데 성금을 내고 싶어도 통로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고 하니 경제수석이 길을 안내해주라」고 특별지시를 내렸습니다. 평소 재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본인에게까지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을 미뤄볼 때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평소 친분이 있고 추후 문제가 생길 경우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기업인 3명을 선정해 면담을 지원했으며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액수 등을 제시하지 않고 능력에 맞게 내라고만 했습니다』
―면담일정 등은 경호실에서 주선해 기업인들이 언제, 어디서 만나 돈을 얼마나 건네줬는지 모르지요.
『그렇습니다. 노씨가 재임당시와 퇴임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했는데 부정축재 혐의를 받아 법정에까지 선데다 본인까지 재판을 받게돼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당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필하면서 이같은 결과까지 오게한 데 대해 본인의 부족함을 심히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이원조 반대신문◁
김전수석에 이어 이원조전의원에 대한 반대신문이 손진곤변호사에 의해 10여분간 계속됐다.
―92년초 14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노씨를 몇차례 만난 자리에서 노씨가 총선자금이 부족하니 기업가중 이권에 관계없이 성금을 낼 기업인이 없는가 라고 물어온 사실이 있습니까.
『예.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외롭고 성금조달에 매우 쪼달리는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장상태동국제강회장과의 면담을 주선해준 일이 있습니다. 장회장은 당시 노씨에게 경제정책에 대해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어 면담을 주선해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장회장에게 돈을 건네주라고 한 일이 있습니까.
『장회장이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는 성금을 가지고 가야하는데 얼마를 가지고 가면 좋겠냐고 물어와 알아서 하라고만 했습니다. 1, 2개월이 지난후 장회장이 30억원이 준비됐으니 면담을 주선해 달라는 연락을 해서 함께 노씨를 만났으며 장회장은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뒤 흰 봉투를 노씨에게 건네주는 것을 봤습니다』
―장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네주라는 말을 한 일이 없죠.
『그렇습니다. 얼마를 내면 좋겠느냐고 해서 「총선잔치」가 조만간 열릴 예정이니 잔칫집 부조는 많을 수록 좋다고만 말했을 뿐입니다』
―장회장이 그 과정에서 이권부탁을 한 일은 없었고 동국제강에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일도 없지요.
『맞습니다. 노씨의 어려운 입장을 도와준다고만 생각했을 뿐 법에 어긋난다고는 생각해 본일이 없습니다』
―은행감독원장이나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뇌물을 받는등 개인축재를 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경훈 반대신문◁
(주)대우 전회장 이경훈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은 장수길변호사에 의해 하오 3시51분부터 약 7분간 진행됐다.
―93년 10월초 상공자원부차관 시절부터 알고 있던 금진호피고인으로부터 3백억원의 실명전환을 의뢰받은 사실이 있나요.
『금의원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대우 법제실에 알아본 결과 「실명제 위반이 아니다」는 보고가 왔는데다 금융실명제에 관련된 언론보도에서도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나와있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실명전환을 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정태수 반대신문◁
한보그룹 총회장 정태수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은 서정우변호사에 의해 하오 3시58분부터 약 12분간 진행됐다.
―공소장에는 92년 11월말에서 12월초 사이에 노피고인에게 1백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돼 있는데 (검찰의 1차조사때) 돈을 준 정확한 시기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까.
『정확히는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기억력이 많이 감퇴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당시 상황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니 북경아시안 게임이 90년 10월초에 끝났고 그로부터 한 달 이내에 노피고인에게 1백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기억되지요.
『그렇습니다』
―노피고인이 체육부장관으로 있을 때 피고인은 하키협회장을 맡으면서 알게됐으며 당시에는 「통이 큰 사람」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피고인에게 1백억원이라는 거액을 제공한 것이지 다른 대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기업을 하면서 큰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막연한 기대는 했지만 구체적인 반대급부를 기대한 것은 아니며 특히 당시 시끄러웠던 수서사건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한바 없습니다』
―93년 10월께 금진호피고인으로부터 6백억원 가량의 실명전환을 제의받고 실명제에 대해 자세히 몰라 자금담당 전무에게 이를 일임한 사실이 있지요.
『자금담당 상무가 「예금주와 협의해 실명전환할 경우 처벌받지 않는다」고보고해 실명전환후 부채로 입금시켜 사용토록 지시한 적은 있어도 실명전환 과정과 예금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본인으로 인해 한보가족과 국민에게 상처를 입혀 죄송하게 생각하며 관대한 처벌을 내린 다면 더욱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태진 반대신문◁
이어 전청와대경호실 경리실장 이태진피고인에 대해 김유후변호사가 약 14분간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88년 6월 이현우피고인이 『통치자금은 대통령께서 국가를 위해 운영하는 것으로 앞으로 보안에 신경쓰고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즉시 인출할 수 있도록 관리하라』고 피고인에게 지시한 적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이실장이 도장과 통장을 주면 입금시키거나 출금시킨 뒤 곧바로 이실장에게 돌려줬으며 그 외에 통치자금이 어떻게 조성됐고 인출된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재판부에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배우기를 부모님은 하늘 같은 분이고 선생님은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들었습니다. 노태우대통령의 사정비서관으로 오래 근무한 본 변호인으로서는 노피고인이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이 인식되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이라는 말이 나쁜 말은 아니지만 혹시 이피고인에 대한 신문과정에서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나오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재판장이 발언을 제지하며)『여기는 법정이고 법정에서는 피고인이라는 호칭이 엄연히 있습니다. 변호인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자 노태우피고인이 이변호사에게)『(재판장 주문대로) 그렇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자 이변호사는 이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계속했다.
―피고인은 89년 11월 노피고인을 따라 유럽 순방중 항간의 의혹처럼 스위스 은행에 심부름을 가거나 돈을 인출한 사실이 있습니까.
『그런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92년 3월 당시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에 개설된 「한솔회」명의의 가명예금 5억여원을 실명전환 해주도록 상업은행 직원에게 부탁한 사실은 있지만 검찰 공소장대로 이 돈을 실명전환하면서 정모씨 명의의 예금청구서를 직접 작성한 일은 없지요.
『누가 예금청구서를 작성했는지 전혀 모릅니다. 필적 감정을 해보면 본인이 청구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고인은 아직까지 전과가 전혀 없고 이 사건이 터진 직후 일본에서 곧바로 귀국, 검찰에 자진출두한 사실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관리를 제대로 못한데 대해 깊이 통감하며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습니다』
재판부는 이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끝난 하오 4시24분께 『4시40분 속개하겠다』며 휴정을 선언했다.
▷이현우 반대신문 재개◁
하오 4시40분부터 속개된 재판에서는 이현우전경호실장에 대한 반대신문이 김유후변호사에 의해 이어졌다.
―쌍용회장 김석원피고인이 면담을 성사시켜준데 대해 고맙다며 피고인에게 돈을 줬다는 점으로 보면 피고인이 수차례 강요해 면담을 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죠.
『그렇습니다』
―88년 12월말 코오롱회장 이동찬피고인에게 『대통령에게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며 금품을 제공토록 권유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당시 경호실장으로서 들어오는 모든 면담신청을 받아줄 수도 없었고 더구나 알지도 못하는 김회장에게 면담을 강요할 이유가 없습니다』
―92년 2월 삼미 김현철회장에게 『삼미그룹이 한번도 성금을 내지 않았다』며 20억원을 제공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92년초에는 대통령이 성금으로 낼 자금이 있으면 대학발전기금으로 내라고 해서 기업들로부터 1천억원을 마련해 전국 각 대학으로 지원했던 때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피고인은 대통령과 기업인들간의 면담만을 주선했을 뿐이지 면담의 내용이나 성금의 액수에 대해서는 전혀 알 필요가 없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뇌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그렇습니다. 직접 기업인들로부터 성금을 받아 대통령에게 줄 때에도 성금이 정치자금이라고만 생각했지 이권이나 특혜의 대가를 위한 청탁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기업인들이 대통령과의 면담하는 기회를 통해 기업의 현황과 어려움, 정부시책의 문제점을 호소하는 자리가 되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뇌물장부를 만든 사실은 없죠.
『그렇습니다』
―LG그룹회장 구자경피고인과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한 사실은 있습니까.
『있습니다』
―91년 11월 청와대 준공식에서 구피고인이 취중실언을 한 것에 대해 청와대 출입금지등을 통보한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구회장이 당시 취중에 「과거정권은 독재정권」이라고 말한 사실은 없으며 단지 술주정을 한 것뿐이었고 그런 것으로 출입금지를 시킬 정도로 대통령이 도량이 좁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구회장이 사과의 의미로 삼촌인 구평회회장을 통해 91년 9월 성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전인 91년 8월에도 청와대를 출입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면 공소사실에 나오듯 사과의 명목으로 91년 9월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피고인이 주선했다는 사실은 없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구평회회장등은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안가를 이용하지 않고 본인도 모르게 관저에서 면담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동아그룹회장 최원석피고인과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한 사실은 있습니까.
『동아그룹측의 요청에 의해 주선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면담의 내용이나 성금제공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울진 원전공사를 위해 동아 최회장이 대통령에게 1백억원을 제공했다는데 그런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90년 5월 경호실장 집무실에서 한보회장 정태수피고인을 만나 성금을 받은뒤 노피고인에게 전달하고 그 취지를 설명한 사실이 있죠.
『있습니다. 그러나 「철강산업이 잘 되고 있다」고만 했지 수서택지분양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말은 전혀 한 바 없습니다』
―진로회장 장진호피고인과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한 사실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에서 주장하는 공단부지이전, 지방공단조성등 선처를 해달라는 취지로 성금을 제공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90년 3월 대림회장 이준용피고인이 면담을 요청해와 대통령 대신 만나 성금을 받고 대통령에게는 취지만 설명한 사실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러나 한전이 발주하는 보령화력발전소 3,4호기 토목공사를 수주하거나 향후 정부발주공사를 수주하려고 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으며 대통령에게 공사와 관련된 말은 한적이 없습니다. 이 사건으로 구속할 당시까지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습니다
―92년 4월 두산회장 박용곤피고인으로부터 대구 페놀오염사태와 관련, 사과명목으로 10억원을 내라고 주선한 적이 있습니까.
『면담횟수나 액수에 대해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두산 박회장이 그렇게 진술했다고 해 그런 줄 알고 있지 실제로 사과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페놀사태는 91년 2월에서 3월 사이에 발생, 같은해 4월25일 환경부장관이 경질되는등 4월에는 모든 상황이 완료됐고 이후 두산은 산하기업체로부터 갹출을 시작, 같은해 5월16일 이후 10억원을 거뒀으므로 실제로 자금제공 일시는 공소사실과는 달리 5월이후 아닌가요.
『그렇습니다』<9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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