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침묵끝 돌연「항변」/검찰 보충신문에 당당… 격앙/“변명않겠다더니” 주위 갸우뚱노태우전대통령은 15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변호인측 반대신문에서는 『변명을 하거나 처벌을 완화하는 일체의 변호를 원하지도 응하지도 않겠다』며 자신에게 유리할 수도 있는 변호인의 반대신문 기회를 포기했다. 그러나 하오 늦게 검찰의 보충신문에서는 태도가 바뀌었다. 검찰신문에 적극적인 방어자세를 취했으며 스스로의 변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상오 10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 노씨는 1개월여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1차공판때 입은 흰 수의와는 달리 올부터 바뀐 청회색의 점퍼식 수의와 흰 고무신 차림의 노씨는 1차 공판때보다 더욱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변호인 반대신문을 시작하는 순간 노씨는 전격적으로 김유후변호사를 통해 재판부에 「반대신문을 하지 않는 사유」라는 짧은 글을 제출토록 한 뒤 침묵했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벌을 달게 받겠다는 「속죄」의 뜻인지, 고도의 「전략」인지 그의 침묵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하오 6시 검찰의 보충신문에서 노씨의 침묵은 깨졌다. 1차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수뢰혐의를 부인하는 원칙적인 입장엔 변함이 없었지만 훨씬 적극적인 방어였다. 심지어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대통령이 공사하나하나를 결정한다고 검찰측이 주장하는데 공사는 발주처에서 결정한다는 점을 꼭 참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뢰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검찰의 집요한 추궁에는 『내가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이권과 관계없는 성금이다』고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
검찰측이 변호인 반대신문 포기이유를 묻자 노씨는 『모든것은 재판부에서 가려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고 재벌 총수들의 발언을 토대로 한 검찰측의 보충신문에는 『돈을 받고 특정기업을 봐준 적은 없다. 하지만 (돈을)준 사람이 뇌물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답변하면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1차공판 때와는 달리 노씨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갔다. 방청객들은 변론을 거부했던 노씨의 진의가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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