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출연 등 이유로 공식대국 연기요청 크게 늘어/기전일정 뒤죽박죽… “규정 엄격적용” 여론높아TV출연이 우선인가, 공식대국이 먼저인가. 논란의 여지도 없어 보이는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기원이 골치를 앓고 있다. 한국기원의 공식대국 진행과정을 지켜보면 앞뒤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프로기사들의 「한 눈팔기」현상이 심해졌다. 지난해 12월1일 바둑TV가 본격방영을 시작한 이후 TV출연을 이유로 프로기사들이 대국연기를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 공식기전 대국일정은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한국기원 내규에는 「국가법령에 의한 예비군이나 민방위소집, 또는 본인의 결혼이나 친상으로 인해 대국불능시 반드시 그 증빙서류를 3일전에 기원에 제출해야 대국연기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교통두절등으로 대국장에 못 나오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기권패로 처리될 만큼 규정은 엄격하다.
프로기사들의 대국연기요청은 한달에 한 두건 정도였으나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갑자기 10여건의 연기요청이 줄을 이었고 그 사유는 대부분 바둑TV 출연때문이었다. 이 경우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권패처리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상대대국자들이 불평을 하면서도 연기요청을 수락해 큰 다툼이 없는 상태이지만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전망이다. 한국기원이 주관하는 연간 공식대국은 16개 국내 기전과 국제기전등 무려 2,000여국. 이처럼 많은 대국을 차질없이 치르려면 지금과 같은 느슨한 진행으로는 무리이며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 86년 당시 조치훈기성이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대국연기가 되지 않아 휠체어대국을 해야 했던 일이나 지진으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대국장에 못 나가 기권패처리된 사건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례이다.
정동식 한국기원사무국장은 『기사회의 여론을 수렴, 규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규정외 사유로 인한 대국연기요청을 일절 불허, 모두 기권패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박영철기자>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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