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의 문화를 「빨리빨리」의 문화라고 비꼬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천천히 해도 될 일을 괜히 서두르고 덤벙댄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차례가 무너지고 새치기가 생겨나서 한 마디로 우리 사회가 너무 무질서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후진국을 논할 때 그 사회의 질서의식을 평가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요즘 곳곳마다 차례를 지키는 일이 시작되고 있다. 지하철역이나 극장 매표구 앞에서 또 공중전화와 운동경기장 앞에서 그런대로 차례가 지켜지고 있음을 본다. 지금 특별히 잘 지켜지고 있는 곳은 은행이다. 고객들에게 번호표를 교부하고 그 번호표 순서대로 업무를 보게 하므로 차례는 철저히 지켜진다.
그러나 아직 잘 지켜지지 않는 곳이 있다. 자동차도로에서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뒤에 서지 않고 슬그머니 오른쪽 옆 직진차선에 와서 좌회전을 기다리는 얌체들을 보게 된다. 그 때문에 바로 뒤의 직진차량은 가지 못하고 급제동해야만 한다. 자칫하면 추돌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마음만 급하다고 빨리 가지는 게 아니다. 여기서도 이 「빨리빨리」가 문제다.
또 일단정지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의외로 많다. 보행자들에게 불안감은 물론 통행에도 큰 불편을 준다. 아직 사람들이 길을 건너가고 있는데 예비신호가 나왔다고 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차를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모두 삼가야 할 일이다.
그리고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뀔 즈음 교차로 안에 차를 진입시킴으로써 결국은 자기 차도 못 가고 남도 못 가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급해도 자기 차가 완전히 교차로를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기 전에는 절대로 차를 움직여서는 안된다. 조금만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넉넉함과 정지선을 지키는 바른 마음, 그리고 주행공간을 훼손하지 않는 너그러운 아량―이런 것들이 사소한 것같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드라이버여, 어서 이 「빨리빨리」의 문화에서 벗어나자.<임동윤시인>임동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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