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배로 경제희생 않도록 힘써야지난해는 대형사건 사고와 각종 비리로 얼룩져 국민불안이 고조됐었다.
따라서 온 국민이 부정부패공화국에서 살아온 과거를 청산하고 신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경제질서 마련이 절박함을 느꼈다. 새해가 밝자 우리 경제는 다시 문민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물신주의에 오염된 부패를 척결하고 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에 대한 희망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의 지배를 받으며 다시 과거를 답습하고 있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가 있어야 한다. 새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선거를 겨냥한 정치선심의 성격을 띤다.
정부가 제시한 96년 경제운영 방향은 개혁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틀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희망사항을 나열한 것에 가깝다. 물가안정, 경기 연착륙, 국제수지 개선, 경기양극화 해결등 바람직한 현상을 열거하고 이를 일거에 달성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주요내용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정치논리는 중소기업청 신설 방침에서도 엿보인다. 지난 1년간 우리 경제는 사상 가장 많은 1만4,000여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와같이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경제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지만 4월 총선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정부는 중소기업청의 신설을 서둘러 발표했다. 재벌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경제력 분산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지엽적인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한 기관으로 통합한다고 해서 붕괴현상에 가까운 중소기업들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자금지원과 원자재 무관세 허용, 증권시장 부양, 사회간접자본 확충등 선거 선심용으로 실질효과가 의문시되는 정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96년 정부의 경제운영 방향을 「4마리 토끼몰이」라고 평가하고 정부의 경제운영 방향은 상반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즉 물가안정과 경기 연착륙, 기업투자 활성화와 경기 양극화 완화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우리 경제 구조상 어려우며 결국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서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해석을 내렸다(6일자 9면). 또 중소기업청의 신설에 대해 한국일보는 부처간 이권다툼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린다는 보도를 하는등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7일자 9면). 한편 정부경제팀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연착륙보다 활력 유지에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11일자 9면). 이것은 정부가 개혁과 안정을 포기하고 성장과 실적 위주의 선심정책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추세로 나갈 때 우리 경제는 방향감각을 잃고 고물가 불경기의 난관에 빠져 헤어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올해 경제운영에서 절실한 것은 정치불안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경제정책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개혁을 경제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불어넣어야 한다. 여기에 통화와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기하락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경제정책이 계속 정치지배를 받으면 제2의 정경유착시대를 맞을 수 있다. 한국일보는 경제에 대해 계속해서 올바른 시각을 갖고 경제가 정치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선진경제 구조를 구축하도록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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