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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색깔논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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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색깔논쟁(사설)

입력
1996.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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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 정당에서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15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 영입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럽다. 받아들이는 정당이나 들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명분도 소신도 없이 제멋대로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받아들이는 정당 쪽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들이 표방하는 이념이나 정강 정책, 색깔이나 이미지에 걸맞는 인물들을 물색하여 영입하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당선가능성 위주로 마구잡이 사냥을 하다시피하고 있다.

숨은 속보다 드러난 껍데기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여 그들로 정치 엘리트를 충원하려는 노력이 피상적으로 비춰진 것은 유감이다. 정치란 대중적 기반을 발판으로 해야겠지만 대중인기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정치의 본질이 왜곡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색깔문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후보 공천작업을 보면 각당이 지닌 독특한 개성마저 사라지고 있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의 잡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정당이 여당인 신한국당이다. 15대 총선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탓인지 원칙도 기준도 없이 마구잡이로 아무나 불러들이고 있다. 이념 색깔로 말하자면 극우에서 극좌까지 차별이 없다. 그리고 김영삼대통령이 높이 치켜든 역사 바로세우기에 역행하는 인사들도 마다 않고 있다. 지금까지 계속해 온 개혁노선과 맞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공화당­유신­5공­6공을 섭렵해 온 구태의 정치인들도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새시대 새정치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야당도 마찬기지다. 국민회의는 보수층을 겨냥해 심지어 5·6공 핵심인물까지 두손을 들어 환영하고 있으니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게 정치판의 현실이라지만 지금 전개되고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심하다.

여기서 더욱 가관인 것은 여야간의 색깔공방이다. 국민회의의 김대중총재가 13일 『신한국당은 당의 이념을 분명히 하라』고 색깔론을 들고 나온데 대해 신한국당측은 『김총재는 스스로의 이념적 불투명성을 위장하기 위해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먼저 보수인지 혁신인지 밝히라』고 응수했다. 색깔론은 총선정국의 쟁점이 될 전망이지만 누가 누구를 나무랄 처지인지 알 수가 없다.

각 정당의 정체성은 고사하고 조그만 개성 차이마저 모호해진 것이 이번 15대 총선이다. 그러다가보니 공천문을 두들기는 사람들도 이당 저당을 아무 부담없이 기웃거리고 있다. 철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은 너무 심한 것 같다. 요즘 같은 개성시대에 정치판만은 예외인 것 같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철학도 비전도 실종되어 버린 오늘날의 정치현실을 보고 무언가 느끼는 게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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