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철이 절정에 달했다. 140개 전기모집대학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이화여대등 102개 대학들이 지난주 8일과 어제 대학별고사나 면접시험을 마치고 채점과 사정에 들어갔다. 17일에 38개 전기모집대학이 시험을 치르면 4년제대학의 입학시험은 사실상 끝나게되는 셈이다.올해 대학입학정원 27만3,544명의 13.46%인 3만6,824명을 뽑는 69개대학의 특차모집 전형을 시작으로 구랍하순에 막이 오른 96학년도 대학입시는 모집정원의 82.22%인 22만4,969명을 뽑는 전기모집대학입시를 고비로 4년제 대학의 당락은 판가름이 난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후기대학시험(2월10일)이 남아있기는 하다. 아예 후기모집을 하는 19개대학과 분할모집 14개대학이 있기는 하지만, 모집정원이 1만1,751명에 불과하다. 후기모집대학중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노릴만한 소위 명문대학이 끼여있지않아 후기대학시험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 돼버렸다.
어찌됐건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던 80만8,736명의 수험생중 33.82%만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게 될 뿐이다. 나머지 66.18%인 53만5,192명중에서 23만6,635명은 153개 전문대학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그런다해도 수학능력시험응시자의 36.91%인 29만8,557명은 4년제대학도 전문대학도 못가게된다. 진학의 꿈을 이루지못하는 낙방생이 37%에 가까운 30만명에 이른다면 고등교육기관의 입학문턱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영삼정부에 들어와 3년동안 4년제 대학입학정원을 5만2,000명이상 증원했고 전문대학정원도 6만2,000명이상 늘렸다. 반면에 고교졸업자는 4만5,000명이상 줄었는데 고등교육기관의 입학문호가 비좁기만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김정부 역시 국민들의 왜곡되고 과다한 고학력열기를 진정시키는데 실패했다는 반증인 것이다. 국민들의 교육고통을 덜어준다면서 대학의 입학문호를 넓혀 입시지옥을 해소하려는 어설픈 대학정원증원정책이 오히려 고학력열기만을 부추겨 놓았던 것이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려면 4년제대학에 덜가고서도 보통시민으로서 불편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은 그것을 알아야한다.
또 이번 전기대학입시에서 특기할만한 상황은 소위 명문대학의 입시경쟁률이 근래 몇년동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그 외형적인 원인은 전기대학입시날짜가 4∼5일간격으로 황금분할돼 3복수지원이 가능해졌고 특히 서울대의 입시날짜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이화여대와 달리 잡혀, 상위권성적수험생들이 보다 나은 대학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수지원제의 활용은 상위권 실력수험생들의 낙방을 방지하고 대학 선택의 폭을 넓혀놓았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고 순기능적이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수반하는 역기능이나 부정적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학을 맹목적으로 서열화시키고 「명문대학선호열기」를 가열시킨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명문대학」이 무엇인가. 우수한 교수가 많고 도서관·실험실습시설·강의실등 대학의 시설이 좋고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모이고 졸업생의 사회진출과 활동이 화려하고 건학이념과 학풍이 독창적이며 개교연륜이 오랜 대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학진학 희망자들이 가급적이면 이러한 명문에 입학해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랄 수 있다. 구태여 나무랄 것은 못된다.
하지만 모든 수험생들이 명문대학 입학만을 선호해 자질과 능력을 무시한채 그 엉뚱한 열기에 휘말린다면 그것은 과도한 「고학력 열기」 만큼이나 해로울 수 있다.
5년 앞으로 다가선 21세기는 「명문」이라는 간판보다는 특정분야가 필요로 하는 특수한 재능과 기술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대학들은 어느 한 분야만은 자신하는 특성화를 도모해야하고 대학진학자들도 명문대학의 아무 학과나 진학하기 보다는 자질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특성화한 대학을 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이다. 「명문간판」이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하는 시대는 곧 끝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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