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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표절풍조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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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표절풍조 심각하다

입력
1996.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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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파문 “빙산의 일각”… 상당수 인기곡 베낀 흔적『PC통신에서 지적할 때까지 전혀 몰랐다. 방송에서 우리 노래가 표절이라고 말할 땐 정말 죽고 싶었다』

인기댄스그룹 「룰라」의 멤버 김지현이 표절시비 끝에 12일 자신들의 활동중단을 선언하면서 밝힌 뼈아픈 고백이다. 이 대목은 가수 본인들도 모를 정도로 남의 노래를 베끼는 풍조가 만연돼 있는 가요계의 실상과, 그것이 밝혀질 때 닥쳐오는 비참한 파멸을 보여준다.

한민(36)한국대중음악사랑회장은 『이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우리의 풍토는 어느 노래가 표절곡이냐를 따지는 것보다, 어느 노래가 창작곡이냐를 논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370여명의 회원이 있는 이 모임은 우리 대중음악의 표절여부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이 모임이 「듣기 평가회」등을 통해 「표절 의혹이 짙다」고 판정한 노래 목록을 보면 심각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기곡은 곧 표절곡」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이다.

이들은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가 미국가수 섀기의 「Oh Carolina」와 앨버트 하몬드의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를 부분적으로 도용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얻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은 전주 부분이 그룹 「리얼 매코이」의 「Run Away」와 흡사하며 성진우의 「포기하지마」는 조 코커의 「Unchain My Heart」와 전주, 악기배열 등이 같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표절에 대한 작곡자의 도덕적 불감증도 문제지만, 이를 가리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베끼기가 만연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에서 표절 판정을 내리는 기관은 공연윤리위원회 뿐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요구가 없거나 사회적으로 여론이 비등하지 않으면 대개 표절심의를 하지 않는다. 「룰라」의 경우 공륜은 아직 심의회의를 열지 않았다.

「룰라」사건에서 보듯이 근래 PC통신이 표절에 대한 중요한 감시자로 부상하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보다 많은 사회단체들이 나서 대중음악의 표절여부를 충실히 감시함으로써 가요인의 파국과 비극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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