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북한과 미국간의 회담은 6·25때 실종된 미군유해 송환문제를 논의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군사대화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은 오직 유해발굴·송환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북한측 대표는 「유해문제를 비롯, 쌍방간의 모든 관심사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데다가 양측대표단의 면면들을 보면 새로운 군사대화의 채널이 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북한·미국간의 대화창구는 당연히 1953년 7월27일 발효된 정전협정에 의한 군사정전위원회와 비서장 회의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한국과 참전 16개국이 포함된 유엔군사령관과 서명하고 인정한 기구인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80년대 중반이래 정전협정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과의 단독으로 평화협정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94년 4월말에는 정전위에서 탈퇴하고 5월에는 일방적으로 판문점에 인민군 대표부를 설치했으며 95년 5월에는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을 폐쇄하고 공동경비 구역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정전협정의 무력화를 기도했었다.
북한이 군사정전위를 무력화 시킨 속셈은 뚜렷하다.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새로운 평화협정의 단독체결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한편 장차 미군철수와 뒤이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무효화를 촉진시켜 끝내 그들의 목표인 한반도적화통일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하와이에서의 북·미군사 접촉은 바로 북한의 정전위 무력화 기도의 구체화이며 미국이 이에 응한 것은 북한측 기도에 동의했다고 할 수 있다. 정전협정에 따라 한국전쟁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정전위에서 논의하게 되어 있으며 더구나 북·미는 93년 8월 판문점 실무접촉서 미군유해의 조사·송환절차 및 발굴문제등에 관한 협조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 발효시킨 바 있기 때문에 군사정전위원회를 제쳐두고 그것도 판문점 이외의 지역에서 회담을 갖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측 의도대로 이뤄진 셈이다.
따라서 하와이 접촉서 유해문제외에 대북 경제제재완화와 식량지원 그리고 북·미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로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유해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반대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이런 접촉이 판문점 정전위를 대체할 북·미간 군사채널로 굳혀지고, 우리는 참여도 하지 않은채 쌀등 대북지원등을 떠맡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나 남북한 군사적 상황처리에서도 「한국의 소외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하와이 회담을 주시하는한편 한국이 참여 않는 어떠한 한반도 논의도, 또 정전위대용의 군사채널 구축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