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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의 그늘(96지구촌 이것이 숙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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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의 그늘(96지구촌 이것이 숙제다:4)

입력
199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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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변혁에 감원 “회오리”/「규모축소」 신경영이 주인… 일 종신고용제 신화도 “옛말”/선진국 실업률 10%대… 노조도 임금보다 고용안정 주력/제3세계 기술격차 심화로 일자리 부족사태 고질병화19세기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산업구조 대변혁의 물결속에 각국이 실업사태로 중병을 앓고 있다. 사회주의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옮겨가는 동유럽국가들은 물론이고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서방선진국, 경제구조가 낙후된 제3세계국가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부족한 일자리로 인해 비상이 걸려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4월말 현재 전세계적으로 8억2,000만명이 실업 또는 불완전 고용상태라고 밝혔다. 선진공업국에서도 3,500만명이 실업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세계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4.1%로 잡았다. 8년만의 최고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 실업률은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10%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함수관계가 이제는 그다지 유효하지 않은 셈이다.

경기침체가 실업의 주원인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등의 신경영기법이 유행하면서 대량감원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은 향후 5년간 2.5%의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경영협회 조사에 따르면 6월까지 미기업의 30%가 규모축소를 통해 군살을 빼는 「다운사이징」을 실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AT&T는 향후 3년간 4만명의 감원계획을 발표, 새해초부터 직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제3의 물결을 선도하는 미통신업체들은 지난 2년동안 13만명을 일시해고했으며 향후 5년간 10만명의 추가감원을 계획중이다.

일본은 스위스등과 함께 실업문제를 해결한 몇 안되는 나라로 꼽히지만 일본의 「종신고용 신화」는 무너진지 오래다. 지난해 5대 철강업체가 7,400명, 닛산자동차가 7,500명, 마쓰다가 4,000명을 해고했다. 춘투목표도 변했다. 80년대가 「실질임금확보」였다면 90년대는 「고용」이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실업률은 전후 최고치인 3.4%를 기록했다.

유럽은 대부분의 국가가 10%대 실업률을 기록, 이 수치에 따라 정권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다. 유럽경제의 기관차인 독일은 통일후유증으로 91년부터 1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프랑스가 대파업의 홍역을 치른 것도 복지혜택축소와 부족한 일자리때문이었다.

동구권의 경제체제 개편은 실업증가와 맞닿아있다. 근래들어 러시아 폴란드를 비롯한 동구권 총선에서 공산당이 부활한 것도 근본적으로는 경제개혁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와 실업증가의 여파다. 세계인구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은 연 10%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하고 있지만 1억5,000만명의 잠재적 실업이 앞으로 사회안정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것으로 중국 사회과학원은 전망했다. 과학기술이 선·후진국간 남북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제3세계의 실업문제는 개선의 기미마저 없는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실업과 빈곤이 생존문제와 직결돼 있지만 해결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IMF의 한 관리는 『지금은 산업혁명 이상의 산업구조 변혁기다. 현재로서 뾰족한 해답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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