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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의 공전(사설)

입력
199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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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공전하고 있다. 개회 첫날인 10일에 이어 앞으로 며칠 더 공전이 계속될 모양이다. 회기가 8일밖에 안되는 미니 국회에서 며칠간을 공치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여야간 정쟁의 제물이 되어버린 국회의 모습을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정당과 지역에 따라서는 벌써 공천작업이 시작된 지 오래인데 아직도 선거구가 미결상태로 있다니 앞뒤가 뒤바뀐 꼴이다.

이번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 따라 인구편차가 심한 선거구를 조정하기 위해 소집된 것이다. 그러나 여야 4당은 선거구의 상하한선을 두고 서로 의견이 달라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저마다 4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조금도 양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여 최대와 최소의 인구편차가 4대1이 넘지 않도록 선거구를 조정한다는 원칙은 지키고 있으나 구체적인 획정작업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각당의 안을 보면 상한선은 28만∼36만, 하한선은 7만∼9만명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다. 또 각당 안에 따라 선거구의 수가 현재의 2백60개에서 30개 가까이 줄어들기도 하고 10개 가까이 늘어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상한선은 얼마고 하한선은 몇명이 좋다는 식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선거구를 획정하는데 기준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원칙부터 얘기하자면 국회의원 정수(현재 2백99명)를 늘리는 것은 반대다. 국민의 대체적인 여론도 그렇다. 각급 지방의회까지 구성된 마당에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음 원칙은 인구편차를 가능한 한 줄이라는 것이다.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가 4대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가능한 한 그보다 더 좁히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려야 할 것이다. 무조건 인구비율만 따져서 선거구를 획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인을 위한 게리맨더링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정수범위안에서 전국구 의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현행법상 39석은 너무 적다. 아예 없애든지, 전국구 제도를 도입한다면 그 취지에 걸맞게 일정 비율의 의석을 배당해야 옳다. 각 당이 어떤 사람들로 비례대표 의석을 채우느냐는 것은 별개의 운영문제다.

이러한 객관적인 기준과 원칙에 충실하려고 애쓴다면 각 당은 손쉽게 의견을 접근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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