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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왜곡될 수 있어도(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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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왜곡될 수 있어도(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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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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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가 끝날 때, 화면에는 자막이 빠르게 흐르면서 그 작품을 함께 만든 사람들이 소개된다. 인기 정치드라마 「제4공화국」(MBC)은 이 자막이 흐를 때 힘있는 주제가가 우렁찬 함성처럼 코러스로 터져나와 인상적이다.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라틴어이기 때문이다.주제가의 제목은 「진실은 왜곡될 수 없다」(Veritas Potest Non Vitiari)이다. 제목이 명료하면서도 잠언 같이 육중하다. <역사는 왜곡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그 역사 때문에 없다> 는 가사도 그러하다. 이 노랫말은 어순이 약간씩 바뀌며 1분25초 동안 역동적으로 반복된다. 작사작곡한 안지홍씨(35)는 미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은 수재이다. 그는 이 노랫말을 돌에 새겨 후세에 남기려는 듯이, 유구한 역사를 지닌 라틴어에 싣고 싶었던 것 같다.

16년전인 80년11월30일 밤의 「TBC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쇼를 기억한다. 5공 정권에 의해 동양방송(TBC)이 KBS로 강제흡수되면서 마지막을 장식한 가슴 아픈 프로그램이었다. TBC TV의 각종 쇼에서 사랑을 받았던 인기인들이 총출연한 이 프로에서, 사회자 가수 탤런트등은 눈물과 함께 억울한 현실과 쓰라린 고별을 노래함으로써 시청자의 눈시울까지 뜨겁게 했다.

신군부와 5공 정권의 언론탄압은 그해 봄부터 시작되었다. 기자협회 회장단 구속, 711명의 언론인 해직, 한국일보 자매지이자 당시 최고의 경제지였던 서울경제신문을 포함한 44개 언론사의 강제통폐합으로 이어지면서 그 시대의 불빛들을 껐다. 언론인들은 그 때 용기가 모자라 불의에 맞서 좀더 당당하게 싸우지 못한 것, 함께 해직되지도 못한 것, 혹은 동료와 사원의 해직을 막지 못한 것 등이 원죄가 되어 절망감, 자괴감과 더불어 치욕적인 시대를 겨우겨우 숨쉬어야 했다.

새해 들어 80년 당시 부당한 권력에 앞장 서서 야비하고 반문명적인 언론정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이제라도 부당한 역사 때문에 왜곡되지 않은, 진실의 얼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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