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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응원 얼어붙은 수험장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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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응원 얼어붙은 수험장 녹인다

입력
199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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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색 머리띠 매고 풍물·보디페인팅 월드컵 경기 방불/영하에 웃통벗는 “모교사랑” 속에는 분출하는 젊음이/“당산철교도 지나왔다 백화점서 엿도 사왔다 남은건 합격뿐”입시제도는 수없이 바뀌어도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선후배의 정은 변치 않는다. 올해도 뜨거운 응원열기가 입시한파로 얼어붙은 대학가를 후끈 달구고 있다. 그러나 물론 격려하는 방식만큼은 신세대 문화를 반영하듯 기발하고 파격적이다. 기차놀이 꽹과리응원 색깔응원 연좌응원에다 샌드위치맨 농악대가 등장하고 월드컵경기응원을 방불케 하는 보디페인팅과 각종 색깔의 머리띠등 조직적인 응원도구까지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의 응원은 물론 모교의 명예를 과시하고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것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응원자체를 즐기기 위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축제적 분위기다. 「응원단」의 목표는 당연히 각 대학마다 족히 5,000명이 넘는 응원인파 속에서 최대한 튀게 눈길을 끄는 것.

연·고대 및 12개 대학 본고사가 치러진 8일에도 각 대학 고사장 주변은 온갖 기발한 방법을 동원한 대학·고교재학생들의 경쟁적인 응원경연으로 갖가지 진풍경이 연출됐다.

학교이름이 큼직하게 적힌 플래카드, 현수막, 격문등과 수험생에게 제공되는 따끈한 「합격차」 등 전통적인 격려는 응원의 기본메뉴. 응원경쟁은 대학 정문앞의 좋은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자리다툼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새벽 3∼4시께 집을 나선다. 고려대에서 선배격려에 나선 대일고 2년 박성철군(17)등 10여명은 아예 전날 하오 7시부터 「밤샘자리맡기」에 나선 뚝심들. 박군등은 『시험을 보러가는 선배들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격려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연·고대 정문 앞에는 50여명의 영동고 풍물패 학생들이 선배들의 합격기원을 위해 즉석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벌였으며 상문고생 5명은 연세대 정문 담위에 올라가 꽹과리를 치며 신나는 응원전을 폈다. 연세대에서는 배재고학생 20여명이 원형으로 땅바닥에 누워 발을 하늘방향으로 들고 영하의 날씨에도 웃통을 벗어던진 응원대장의 율동에 맞춰 응원하는 이색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고려대에서도 양천고 동문·재학생들이 웃옷을 모두 벗어던지는 「투지」를 보였다.

본고사날 지각수험생을 수송하기 위해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연세대 정문에서 대기한 연세대 박상현군(19·기계공학과 2)은 『혹시 지각한 수험생이 있을 것 같아 평소 등하교길에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몰고 나왔다』면서 『추운 날씨지만 모처럼 선후배가 만나 신명나게 응원을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응원전의 꽃은 신세대의 유머와 재치를 반영한 응원격문들.

「시험후 고대로 고대로 오길 선배들은 고대한다」 「포크처럼 잘 찍고 숟가락처럼 잘 건져라」등 재치있는 언어구사로 웃음을 자아내는 격문이나 「1996 언남이 고대를 지배했을 때」 「이대가 기가 막혀, 100% 합격」등 영화나 유행가요등에서 문구를 따온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당산철교도 지나왔다. 백화점서 엿도 사왔다. 남은건 합격뿐」등 세태를 꼬집는 격문도 여럿 눈에 띄었다.<윤태형·김경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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