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후 베이비부머의 2세들 7,200만명 “인구 28%”/음악·비디오게임 등 문화·소비산업에 거대한 영향/인종적 다양성·문화적 포용성 뚜렷 “21세기 미 주역”46년부터 64년까지 계속된 베이비붐은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 각부문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해온 베이비부머라는 독특한 세대를 탄생시킨 바 있다. 올해 베이비붐 세대가 「지천명」 50세로 접어들면서 미국사회는 베이비부머의 뒤를 이어 미국사회를 주도할 새로운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출산으로 야기된 또하나의 거대한 인구파도, 즉 「차세대 베이비붐(The Next Babyboom)」 시기에 태어난 미국인들이 그들이다. 「메아리 베이비붐」또는 「베이비붐릿(Babyboomlet)」으로도 지칭되는 이 시기에 태어난 7,200만명의 젊은이들이 2000년대 미국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차대전종전후 거의 매년 400만명 이상의 신생아를 탄생시킨 베이비붐은 64년으로 끝났다. 73년에는 310만까지 연간출생자수가 줄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자식을 갖기 시작한 77년 이후 다시 신생아가 급증했고 89년부터 93년까지 매년 400만명이상의 아기들이 태어났다. 국립건강통계센터는 94년에 태어난 397만9,000명의 아이들을 끝으로 베이비부머들의 출산으로 인한 2차 인구급증기가 끝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기간에 태어난 이른바 「차세대 베이비부머」들은 현재 전체 미국인구의 28%를 차지한다. 이들은 베이비부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경험한 모든 제도기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주 비치우드초등학교는 폐교된지 14년만인 지난해 다시 문을 열었다. 50년대 베이비붐세대를 감당하기 위해 설립됐던 이 학교는 학생수의 감소로 폐교됐고 건물은 마을회관으로 사용돼 왔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 차세대베이비붐으로 인해 인근학교들이 포화상태가 되자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올해 초중고학생수는 71년도의 기록인 4,600만명을 돌파하고 2002년에는 4,9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리조나주 소재 교육시설계획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94년 한해동안 학교건물의 재건과 증축을 위해 들어간 돈은 전국적으로 3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이미 TV를 통해 「식견을 갖춘 소비자」로 교육되어진 차세대부머들은 파워레인저 닌자거북 등 전례없는 히트상품들을 만들어냈다. 10대들은 음악 스포츠 컴퓨터 비디오게임 등 소비재산업과 문화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차세대베이비붐에 관한 「세대의 이해」를 저술한 수전 미첼씨는 『올해 19세에 도달한 최고령 차세대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2000년 이후가 되면 이들이 미국역사상 가장 영향력있는 세대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미래의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차세대부머들은 베이비부머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 우선 인종적 다양성에서 비롯된 문화적 포괄성과 포용성을 들 수 있다. 전체 베이비붐 세대의 75%가 순수백인이었던 반면 차세대 베이비부머의 막내인 94년생의 경우 64%만이 순수백인이고 16%가 히스패닉, 15%가 흑인, 기타가 5%이다. 흑백이 완전분리된 사회환경에서 자라난 베이비부머들과 감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틴에이지 리서치센터」 피터 졸로씨는 『음악에서 패션 언어에 이르기까지 소수민족의 문화가 백인청소년들 사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수준이 낮은 부모들과 심각한 세대차를 경험했던 베이비부머들과는 달리 차세대부머들이 느끼는 세대차이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그들의 부모인 베이비부머의 90%이상이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았고 4분의 1이 대학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정생활 전문지 「좋은 가정」지가 93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이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이해한다」고 응답한 초중고생이 조사대상자의 절반을 넘었다. 이들은 식생활이나 성문제에 대해서도 친구들보다 부모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세대부머들은 또 남녀의 구별을 거부한다. 젊은 남자들이 머리염색을 하고 보석장식을 하거나 여성들이 철물점을 드나드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캘빈클라인사가 유니섹스 향수 「cK 원」을 주력상품으로 꼽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가하면 이혼 에이즈 범죄 폭력 등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또한 이들의 생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70년의 경우 18세이하 청소년의 85%가 양친과 같이 살았다. 93년에는 양친과 생활하는 청소년의 수는 71%로 떨어졌다. 편모나 편부슬하의 청소년가운데 그들의 부모가 결혼하지 않은 미혼모나 미혼부인 경우도 71년에는 7%에 그쳤지만 93년 차세대 부머들의 세대에는 31%에 달했다. 베이비붐이 전성을 이루던 59년에는 27%의 아이들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이 수치는 한때 20% 이하로 내려갔으나 80년대 들어 다시 악화해 93년에는 23%에 달했다.
첨단 하이테크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차세대부머들에게 빈부격차개선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컴퓨터를 모르고선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94년 「타임스 미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PC 보유자의 3분의 2 이상이 대학교육을 받은 월수 5만달러 이상인 가정이었다.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고 연수입 3만달러미만 가정의 컴퓨터 보유율은 15%에 불과했다. 첨단기술에의 접근여부에 따라 조기에 결판이 날 빈부격차는 차세대부머들이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가 되고 있다.<뉴욕=김준형특파원>뉴욕=김준형특파원>
◎인터뷰/「세대의 이해」 펴낸 수전 미첼씨/“비정치적 환경 성장 경제동기 중요시/부모와 세대차 비교적 적어 덜 반항적”
미국사회가 「차세대 베이비붐」이란 말을 자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개월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각 세대별 특징과 영향에 관한 저서 「세대의 이해(The Official Guide to the Generations)」를 지난해 펴낸 수전 미첼씨는 차세대 베이비붐의 실체에 대해 일찌감치 주목하기 시작한 사람들 가운데 한명이다. 다우존스사 발행 월간 「아메리칸 데모그래픽스」등 언론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는 인구통계전문가인 수전 미첼씨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차세대 베이비부머를 특징지을만한 다른 명칭은 어떤 것들이 있나.
『아직 형성단계에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단순히 차세대 베이비부머로 부르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미국사회가 뒤늦게 차세대 베이비붐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차세대 베이비붐이 진행되고 있던 94년 이전에는 지속성이나 특성을 주의깊게 관찰하기가 힘들었다. 실질적인 관심은 비즈니스부문에서 시작됐다. 베이비부머들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세대의 출현은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차세대 베이비부머들의 영향력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교육과 소비재산업에는 이미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들의 사회진출로 인해 향후 15년정도는 노동시장 수급에도 커다란 격변이 일 것이다』
―베트남전은 베이비붐 세대들의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까지 차세대 베이비부머들에게 베트남전에 견줄만한 사건이 있다면.
『차세대 베이비부머들은 베이비부머들에 비해 훨씬 비정치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국가적 리더십은 개인의 다양성 앞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오클라호마폭탄테러는 장기간 차세대 베이비부머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칠수 있을지 모르나 경제적 동기가 가장 중요시되고 있는 이들세대에게 베트남전과 같은 상징적 사건은 있을것 같지 않다』
―차세대 베이비부머들의 가장 긍정적인 특징과 부정적인 특징을 든다면.
『차세대 베이비부머들은 베이비부머들에 비해 부모세대와의 세대차이를 비교적 덜 느낌으로써 사회문화적 가치를 순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긍정적이고 덜 반항적인 사고방식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사회나 국가의 구심점이 불명확해짐으로써 문제해결을 위한 구조를 상실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염려스럽다』<뉴욕=이종수특파원>뉴욕=이종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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