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최대한 정치적 양보 끌어내기/총선패배 옐친 더욱 곤경에 빠져체첸문제가 또 다시 러시아를 위기로 몰고 있다.
체첸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반군들이 지난해 6월 러시아 남부 부덴노프스크시 인질사건에 이어 9일 다시 러시아 자치공화국인 다게스탄에서 인질극을 벌임으로써 지난 총선에서 공산당에 패배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체첸반군들이 총선이후 옐친 정권의 국가통제력이 약화되었다는 판단하에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대선을 앞두고 옐친은 거의 1년이상 끌어온 체첸문제를 해결키 위해 체첸에 독립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는 한편 반군을 이끌어 온 조하르 두다예프의 제거와 그 추종세력들을 소탕하려는 강온 양면전략을 펴왔다.
지난 연말 실시된 체첸의 자치선거에서 친러시아계인 자브가예프가 정부수반으로 당선돼 일단 체첸내부를 「안정」시켰다고 생각한 옐친은 연초 체첸주둔 사령관에 내무부가 아닌 국방부 소속의 비야체슬라브 티호미로프 소장을 임명, 체첸 반군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궁지에 몰린 두다예프가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군을 이끌고 있는 살만 라두예프가 두다예프의 사위임을 볼 때도 이같은 분석이 가능하다. 체첸반군들은 부덴노프스크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체첸의 독립열기가 결코 식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러시아로부터 최대한 정치적 양보를 얻어낸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옐친은 그러나 지난 번처럼 양보할 경우 향후 정국운영은 물론 대선에서도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체첸의 독립을 막기위해 무력동원을 한 이후 민간인을 포함, 양측의 사망자가 현재까지 무려 2만5,000∼3만명에 이르는 등 유혈사태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옐친으로서는 강경한 대책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처지이다. 옐친이나 러시아의 어떤 정치지도자들도 체첸을 독립시킬 경우 다른 자치공화국들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므로 체첸만 예외로 할 수 없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