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비판과 경의(장명수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비판과 경의(장명수칼럼)

입력
1996.01.10 00:00
0 0

8일 별세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세계적인 애도는 새삼 우리를 초라하게 한다. 세계의 언론은 14년간 프랑스를 통치했던 그의 업적과 스타일에 대한 찬사와 비판, 한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약점을 함께 회고하면서 『그는 세계 정치의 거목이며 위대한 유럽인이었다』고 추모하고 있다.전직대통령 두사람이 한꺼번에 감옥에 갇혀있는 참담한 상황에서 우리는 사무치는 부러움으로 프랑스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오래 대통령직에 있었던 79세의 노인에게 사랑과 존경을 바치면서 작별하고 있다. 「샤를 드골 이후의 거인」이었다는 평가와 「드골에 훨씬 못미치는 흔한 인물」이었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프랑스인들은 정치적 평가와 관계없이 그에게 따뜻한 이해와 우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접목시키면서 성공과 좌절을 겪었고, 유럽통합을 주도한 강력한 지도자였고,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을 세우고 루브르 박물관을 증·개축하는등 대대적인 문화건축 붐을 일으켰던 문화예술 애호가였고, 탁월한 문장과 언어를 구사하는 독서가이며 웅변가였다. 십여권의 저서를 가진 그는 동시대인들에게 이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3년전 전립선 암을 발견하여 여러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꿋꿋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해온 그는 퇴임직전 발간된 자서전 「두 목소리에 담긴 회고록」에서 『나는 부활을 믿지 않으며 남들과 똑같이 죽음앞에 연약한 환자일뿐』이라고 고백하고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우며 나는 불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원수의 두가지 한계는 국민에 의한 심판과 자신의 직책에 대한 의무감』이라고 쓰고 있다.

레지스탕스 시절의 동지인 아내 다니엘여사를 한평생 존경했으나 다른 여성 안 팽조를 사랑하여 59세에 딸 마자린을 낳았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전 그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집트의 휴양지 아스완에서 애인 딸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새해에는 프랑스 남서부의 시골집에서 아내 두 아들과 같이 있었다. 미국같으면 큰 문제가 되었을 대통령의 사생활에 프랑스인들은 너그러웠고, 그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할 수 있었던 일은 다 했다』는 전 서독총리 빌리 브란트의 좌우명이 자신의 묘비에 새겨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던 그의 장례는 11일 고향인 자르낙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위대한 정치거인의 가족장도 우리를 부럽게 한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