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예프 사위주도 600여명 격렬 시가전/병원점거과정 민간인·경찰사살 등 잔혹성/옐친 격노… 연방보안국장 급파 진압 지휘체첸반군이 지난해 6월 부덴노프스크 병원 인질사태이후 7개월여만인 9일 또다시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자치공 키즐야르시 시립병원에서 수천여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한 채 러시아 정부군과 대치했다.
○…600여명의 체첸반군이 키즐야르시로 진입한 것은 이날 새벽. 당초에는 키즐야르인근 공항을 점거할 목적이었지만 러시아군의 격렬한 저항으로 원래 계획을 수정, 시립병원을 점령목표로 변경했다. 이타르 타스통신에 따르면 공항주변에서 이미 양측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헬리콥터 2대가 완파되고 상당수의 인명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로운 늑대」라고 자칭한 이들 체첸반군 집단은 공항진입이 실패하자 살만 라두예프의 지휘아래 키즐야르시내에서 러시아군과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면서 5층 짜리 인근 시립병원으로 진입, 순식간에 병원 출입구를 봉쇄했다.
자동소총과 수류탄등으로 무장한 이들 반군은 점거과정에서 5명의 민간인과 2명의 경찰을 사살하는 등 잔혹성을 드러내면서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다른 인질도 모두 총살하겠다』며 『병원내 환자들과 간호원등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체첸반군의 인질사태를 보고받고 매우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며 군고위장성들에게 단호한 대처를 엄명했다. 옐친은 장성들로부터 사건개요를 설명받은뒤 『이게 아이들 장난인가』고 질타하고 『안보위원회와 각부처 및 행정기관은 지난번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단 말인가』라며 격노했다.
옐친은 이자리에서 키즐야르지역에 보안군 증파를 명령했는데 세르게이 메드베데프 대통령 대변인은 옐친 대통령이 법과 질서의 회복차원에서 가장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옐친은 현지로 연방보안국(KGB의 후신) 국장인 미하일 바르수코프를 급파, 러시아군의 지휘를 맡게했다.
○…체첸반군은 지난해 6월 부덴노프스크에서도 병원을 점거, 1,000여명을 인질로 삼고 러시아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15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하게 했다. 당시 부덴노프스크 인질사건은 체첸반군 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의 오른팔격인 바사예프가 주도했으며 이번 키즐야르 인질극을 주동한 라두예프는 두다예프의 사위이다.
○…체첸반군의 이날 인질사태로 혼란에 빠진 키즐야르마을은 다게스탄공화국의 중심도시로 수도 마하치칼라로부터 170떨어진 인구 4만명의 한가한 소도시이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체첸사태 일지
▲91.10=구소련 공군출신 조하르 두다예프, 체첸공화국 대선에서 승리, 독립 선언
▲91.11=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체첸에 비상사태 선포
▲95.1=러시아군,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진격
▲95.3=러시아군, 그로즈니등 주요도시 장악
▲95.6.14=반군 100여명, 러시아 부덴노프스크시 병원에서 인질극 시작
▲95.6.18=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총리, 반군측과 협상시작
▲95.6.19=반군,인질들과 함께 체첸으로 귀환. 인질 모두 석방
▲95.6.22=양측, 반군 무장해제 및 러시아군 단계적 철수 합의
▲95.7.4=옐친, 체첸내 러시아군의 영구 주둔 선언
▲95.10.6=아나톨리 로마노프 체첸주둔 러시아군 사령관, 그로즈니에서 차량 폭탄테러로 부상
▲95.12.14=반군, 체첸 제2도시 구데르메스 장악했으나 일주일뒤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퇴각. 수백명 사망
▲95.12.17=친러시아 인물 도쿠 자프가예프, 총선에서 총리당선
▲96.1.9=반군, 다게스탄의 키즐야르시에서 인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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