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크 왕비 격상에 「1순위」 라나리드 왕자 반발/「왕자의 난」등 골육상쟁… 훈센 총리도 깊이 개입캄보디아의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노로돔 시아누크왕가의 골육상쟁이 깊어지고 있다.
전립선암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시아누크왕(74)이 지난해 말 부인인 모니크왕비를 후계자로 임명할 것이라고 발표, 후계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시아누크왕은 모니크왕비를 「지존 부인(Supreme Wife)」으로 격상시켜 부인을 후계자로 「지목」한 것이 발단이 돼 모자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존 부인」이란 호칭자체가 왕위계승 자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가장 유력한 차기 왕위 계승후보인 라나리드왕자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라나리드왕자는 현재 제1총리와 집권당인 캄보디아민족연합전선(푼신펙)당수를 겸직하고 있는데, 캄보디아인민당(CPP)을 이끌고 있는 훈 센 제2총리와 함께 캄보디아의 실권자이다.
후계다툼이 노골화할 조짐을 보이자 시아누크왕은 6일 칙령을 통해 『모니크왕비에게 왕위를 물려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캄보디아헌법에 따르면 국왕 후계자는 앙 두앙왕가와 노로돔왕가, 시소와스왕가에서만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평민출신인 모니크 왕비에겐 후계자 자격이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지만 국민 사이에선 의혹의 눈길이 여전하다.
골육상쟁은 94년부터 이미 불거져 나왔다. 라나리드 왕자는 군사력을 장악하고 있는 맞수 훈 센 제2총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경쟁자들을 차례차례 제거해 왔다. 그는 시아누크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차크라퐁왕자를 쿠데타 기도혐의로 프랑스로 축출했다. 캄보디아판 「왕자의 난」이었던 셈이다.
라나리드 왕자는 이어 지난해 11월 외무장관과 푼신펙 사무총장직에 있던 삼촌 사리부드 왕제를 훈 센 제2총리 암살미수혐의로 체포, 감금한뒤 최근 프랑스로 축출했다.
그는 이제 입헌군주국인 캄보디아 왕세자 지위를 일단 굳히게 됐다. 그러나 시아누크왕의 다섯왕자 중 세왕자가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그와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훈 센 제2총리의 속셈도 명확지 않다. 훈 센 제2총리가 자신의 이해때문에 그동안 라나리드왕자의 왕위계승을 위해 적극 협조해 왔지만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라나리드 왕자가 시아누크왕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할 「캄보디아의 태종」이 될 지 주목되고 있다.<권대익기자>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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