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환영 시기에 촉각영수회담/총선서 쟁점부상 사전쐐기개헌문제/「과거관행」 시인… 부정축재 사정가능성 열어놔 정치자금김영삼대통령의 9일 연두국정연설은 크게 봐서 ▲역사 바로세우기를 통한 세계중심국가로의 도약의지 ▲대선자금등을 포함한 정치자금관행의 포괄적 시인 ▲여야대표회담 추진의사 ▲개헌반대등의 4가지로 압축된다. 이중 특히 여야대표회담 제의는 정치자금문제등과 맞물려 청산정국하에서 경색된 여야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주요 쟁점별로 청와대와 여야입장을 살펴본다.
▷영수회담◁
청와대측은 『김대통령이 영수회담 용의를 밝힌 것은 「큰 정치」로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5대 총선과 대선등 대형 정치이벤트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야당지도자들과 만나 공명선거등 정치개혁의지를 확인하면서 정국운영에 대한 의견도 구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회담의 시기나 방법에 관해서는 『필요하면 앞으로 하겠다는 것이지 구체적인 복안은 없다』고 말해 회담성사가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을 비쳤다.
또 청와대 관계자들은 『영수회담의 성격은 협상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못박고 있다. 특히 정치인 사정등에 관해 김대통령은 『사법적인 문제는 사법절차에 맡긴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고 더욱이 밀실에서 타협하는 듯한 형식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거구협상에 관해서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정신에 따라 여야가 해결해야 할 것이지 절대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성질의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영수회담에 대한 청와대측의 제한적 해석과는 대조적으로 여야각당은 대체로 환영과 함께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동안 경색됐던 정국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아래 이같은 분위기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정치권사정에 대해서는 『영수회담과 사정을 함께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성급하게 「경보해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신한국당은 영수회담의 성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청와대측과 준비작업을 위한 내부조율에 들어갔다.
국민회의는 『어떠한 방식이든 응할 수 있다』면서 적극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의제에 대해서는 『총선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치권현안을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자민련도 『우리가 이미 제의한 것인만큼 공식제의를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민주당은 대선자금문제 등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개헌문제◁
청와대는 김대통령이 『임기중 어떠한 개헌도 반대한다』며 개헌불가론을 밝힌 대목을 힘주어 강조하며 대통령의 말에 어떠한 가감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현행 5년단임제의 폐단이 지적돼왔고 여권핵심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현행 헌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신념이라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무엇보다 향후 정국의 쟁점이 개헌문제로 옮겨가는 것을 차단하고 야당측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미 자민련이 연초부터 내각제 개헌을 줄곧 드라이브하는 상황에서 자칫 개헌공방에 말려들 경우 자민련이나 다른 야당의 입지만 강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또 총선이후 정계개편 논의가 확산되면 자연히 개헌론도 또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을 조기에 불식시키는 것이 총선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같다. 가뜩이나 여권 내부에 불안요인이 많은데 여기에 개헌론까지 엎쳐지면 당장 총선의 초점이 크게 흐려진다는 것이다.
야권의 반응은 「3당2색」이었다. 최근들어 유난히 대통령제에 대한 애착을 밝히고 있는 국민회의와 민주당은 김대통령의 언급을 적극 환영했다. 이에 비해 내각제개헌이 당론인 자민련은 실망스런 빛을 감추지 못하면서 국정연설내용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민주당조차 김대통령의 이날 확인으로 개헌론이 완전히 잠재워지리라고 보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개헌여부를 놓고 기존 4당간의 3대 1 구도가 확연해짐으로써 이 사안의 「문제성」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국민회의등에서는 총선결과에 따라 여권이 먼저 개헌문제를 제기하고 나설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민주당이 김대통령의 개헌불가방침을 「공식환영」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일말의 가능성에 대해 미리부터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정치자금◁
김대통령은 과거의 정치자금문제에 관한한 『나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선 정치인 모두의 「포괄적 책임」을 거론했다. 이는 또 과거의 잘못된 정치관행하에서 모두가 함께 살았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역사 바로세우기와 정치개혁등을 통해 과거를 청산한다는 해결책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축재는 하지 않았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야당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시인한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김대통령이 「정치의 돈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정경유착, 부정부패, 부정축재와 같은 비리를 강력 단속하겠다는 말이다. 이와관련,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과거문제」를 모두 불문에 부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노태우씨도 과거 잘못된 관행속에서 정치자금을 받았지만 그 돈을 개인적으로 축재한 것이 문제』라며 『과거의 문제라도 지금까지도 축재해 놓은 경우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정치권 사정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또 대선자금문제등과 관련, 『몇가지 현안에 관해서는 김대통령이 앞으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신한국당은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언급을 야당의 대선자금공개 요구에 대한 사실상의 답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동시에 깨끗한 정치를 향한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자금을 통해 부정축재한 정치인에 대한 사정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인사들도 있다.
국민회의는 『대선자금을 시인한 셈』이라면서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노태우씨로부터 얼마를 받았느냐 하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영수회담 분위기등을 의식한듯 공세 수위조절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은 『원론적인 내용에 그쳐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자민련도 『대선자금문제를 비켜가는 불충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공세를 계속했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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