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원화하락 “일시적 현상” “780∼790원대 유지” 갈려/연착륙·물가 비중따라 절상·절하 정책선택도 딜레마원화환율이 연초부터 예측불허로 움직이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은행과 삼성·대우경제연구소 등은 연초에 올해의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원·달러환율)이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자본유입 등으로 작년말의 774원수준에서 740∼750원대로 절상(원화가치 상승, 환율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원·달러환율은 당초 예측과 달리 8일, 10개월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792원대까지 뛰어올라 외환담당자들을 당황케 했다. 이처럼 환율변동이 계속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0)」로 움직일 경우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환차손위험은 물론 정부의 물가·국제수지관리에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자 외환시장 현장의 외환딜러들과 연구소 등의 환율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연호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국제시장에서 달러화가 급격히 절상되고 있는데다 국내 수출업체들의 연초 자금결제 수요가 늘어나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상승(원화절하)하고 있다』며 『그러나 올해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외자유입으로 달러공급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원화환율은 조만간 하락세로 반전, 연말엔 750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현서울은행국제금융실차장도 『작년초에도 일시적으로 달러결제 물량이 많아 원·달러환율이 790원대를 넘어간 적이 있다』며 『올연초의 원화환율 상승추세도 단기간내 그칠 것으로 보고 거래고객들에게 790원선에서 달러를 팔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외환은행 외환딜러 전용훈씨는 『올연초의 원화절하(환율상승)를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없으며 원화절상(환율하락)이 대세라고 보기도 힘들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780∼790원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시장에서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원화가치는 올라가는 「엔저원고」가 진행될 경우 일본기업의 경쟁력은 회생하고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악화하는 결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정부가 원화절상(환율하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국제시장에서 달러가치가 상승하는데 국내에선 달러가치가 하락(원화절상)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원화환율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환율의 변동과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 방향에 따라 크게 다른 양상을 나타낼 것이란게 이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엔·달러환율이 2∼3월로 예상됐던 105엔대를 새해 첫장(4일)부터 돌파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정부도 원화의 절상과 절하 가운데 어느쪽도 쉽사리 택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어 「환율시장의 안개주의보」가 연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박동순한은조사역은 『원화평가절하(달러가치 상승)는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을 호전시켜 경기하강국면에서 연착륙을 돕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업체들의 수입단가는 올라가 국내 물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더구나 정부가 원화절하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지속적으로 매입(달러공급 축소정책)할 경우 이는 곧바로 시중통화량 증가와 이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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