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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2/현악(한국의 예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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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2/현악(한국의 예맥)

입력
199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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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란파의 씨앗 장영주서 만개/바이올린 선구 이영세·계정식인맥 풍성/정경화·김영욱 등 해외파 세계 주름잡아/첼로 김태연 잇는 전봉초계보가 주도세계 공연예술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링컨센터 에버리 피셔홀의 올해 신년무대(4∼9일·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는 장영주(16)가 장식했다. 그는 『편안한 모습으로 빚어내는 선율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꿈같은 무대』라는 평을 받았다. 지휘자 주빈 메타가 『천사의 선율을 내는 소녀』라고 극찬하는등 세계 음악인들로부터 관심과 기대, 사랑을 받고 있는 장영주는 한국음악사가 배출한 걸작임에 틀림없다.

장영주가 환하게 빛나는 바이올린음악의 역사는 짧지만 매우 역동적이다.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 홍난파(1889∼1941년)가 조선정악전습소 서양음악과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1915년)한 이후 1세기도 못 되는 기간에 향기 가득한 예맥을 구축했다.

그 예맥의 첫 봉우리는 홍란파.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또 지휘자이자 평론가로서 일세를 풍미했다. 조양구락부와 조선정악전습소 서양음악과, 일본 우에노(상야)음악학교에서 양악을 공부한 그는 다재다능한 음악성을 발휘했고 30년대 초반부터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영세 계정식 안병소 안성교 채동선, 홍난파의 조카 홍성유 김재훈 김생려(이상 작고)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제자양성에도 주력했다. 이영세와 계정식등의 계보는 오늘날까지 맥이 이어져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이영세의 제자로는 가장 많은 후진을 배출한 바이올리니스트중 하나인 박민종과 김창환이 있다. 일본 도쿄음악학교와 프랑스 파리음악원에서 공부한 박민종은 중견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스승인 이재헌과 양해엽 민두기 원경수 등을 길러냈다. 전용우 송재광 김광군 이예찬등 신세대연주자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계정식은 안용구(미국 피바디음대 교수)의 스승 정희석과 최영우(작고) 김선화의 스승 문학준(작고), 배석빈 등을 배출, 역시 커다란 계보를 형성했다.

어느 장르보다 생동감있게 발전해 온 바이올린분야는 60년대말∼70년대초의 내적 성숙기가 지나면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본격적 「해외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줄리어드음악원에서 공부한 정경화가 「해외파」의 선봉이며 김영욱 강동석 이성주 조영미 박창미 양성식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장영주와 나란히 각광을 받고 있는 신동 장한나(13)가 혜성처럼 등장한 첼로의 역사와 그 계보는 바이올린보다 비교적 짧고 단순하다. 언제 첼로라는 악기가 들어왔는지, 최초의 첼리스트는 누군지등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김태연과 이강열 김인수(이상 작고)등이 제1세대로 꼽힌다. 6·25때 납북된 이강렬은 원용성 홍경표(작고) 김재홍을 키워 자취를 남겼다. 그러나 역시 김태연을 잇는 전봉초의 계보가 오늘날 우리 첼로계를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첼로계의 스타로는 정명화 조영창 장한나 등이 꼽힌다. 영국에서 공부중인 이유홍,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영재 김두민 등이 촉망되는 꿈나무들이다.

한편 오케스트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악기이지만 비교적 생소한 비올라와 더블베이스는 아직 성장중인 악기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 형태인 비올라의 선구자로는 최호영(작고) 김희조 등이 꼽힌다. 이들은 대부분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전향한 연주자들이다. 김용윤 이준우 등이 비올라계의 중진들이다.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더블베이스는 50년에 김흥교가 처음 소개했다. 60년대들어 본격적인 학교교육이 시작돼 김병훈 오양구 등이 2세대로 배출됐고 70년대 들어 홍용범과 정두섭 배공준 진강해 등이 등장, 점차 저변이 확대돼 왔다.

◎한국인이 바이올린을 잘켜는 이유/“선천적 재능” “교육투자 결실” “신체구조 적합” 다양한 의견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바이올린을 잘 켤까』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가 많아지면서 이런 질문이 나오고 있다. 해외파 신세대 바이올리니스트만 살펴 보아도 대단하다. 장영주 양성식 데이비드김 김지연 제니퍼고 유니스리 황수지 권연경 줄리엣강 엘리사박 리비아손 캐더린조등.

여기에 9세소녀 곽연경이 미국에서 새로운 신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력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층이 매우 두터워졌다.

이같은 현상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바이올린에 적합한 예술적 유전자를 가졌다」 「바이올린교육에 그만큼 투자한 덕분이다」 「우리는 거문고와 가야금의 후손이다」 「신체구조가 바이올린에 적합하다」 「원래 갖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이제야 바이올린을 통해 세계적으로 공인받게 된 것뿐이다」등. 이런 의견을 종합하면 「작은 몸매의 바이올린이 동양인에게 적합한 악기이며 우리에게는 어느 민족보다 우수한 예술적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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