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를 마치고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중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지면서 지하 6 아래 대형하수관 속에 갇혔다가 1백95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조성철씨의 경우를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얼른 생각하면 조씨는 어지간히 재수가 없는 사람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억세게 운좋은 사람같기도 하다. 어쩌다 하필이면 뚜껑 없는 맨홀 위를 지나다가 빠져 대형하수관 속을 9일째나 헤매면서 송구영신을 하는 신세가 됐을까를 상상하면 실소를 금키 어렵다. 남의 비극이 다른 사람에게는 희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하지만 엄동설한에 지하 하수관 속에서 조씨가 살아나기 위해 벌인 사투담을 들으면 감동적이기마저 하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하수관에 떠내려온 폐비닐을 주워 얼굴과 발을 감싸 체온을 유지했고 하수관에 괸 물로 주린 배를 채웠으며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쉴새 없이 혼자말을 했다는 투혼이 있었기에 사지에서 거뜬히 살아날 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씨의 생환은 천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를 당할 때 누구나 그처럼 운좋게 살아날 수 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조씨가 당한 사고를 접하면서 공로시설물의 안전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관할구청과 더 넓게는 서울시에 대해 책임추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조씨가 빠진 뚜껑 없는 하수관 맨홀은 조씨 집 근처의 지하창고 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공로상은 고사하고 집근처 창고속 맨홀마저 뚜껑을 덮어 놓지 않았던 것이다.
1천1백만명이 사는 서울의 공로상에는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수시로 교체하는 인도의 보도블록은 날림공사로 깨진 것도 많고 울퉁불퉁하게 엉망으로 깔려 있는 것이 산재해 보행인들이 잘못하면 발목을 삐기가 십상인 곳이 어디에나 있다.
주택가 차도 옆의 하수관 맨홀 뚜껑도 반쯤 밀려나 있거나 깨진 것도 흔히 발견돼 조씨가 당한 변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실정이다. 추위로 차도의 아스팔트가 얼어 터져 도로가 움푹 팬 곳도 많다. 자칫 잘못하면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거나 차량이 손상당할 위험성이 큰 곳이 그대로 방치돼 있기도 하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것은 한강 교량이나 백화점·아파트 등 큰 시설물의 불안전성만이 아니다. 공로상의 시설물 하나하나도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위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서울시 당국은 알아야 한다. 조씨의 참변을 공로시설물 안전관리의 경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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