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정당 동료 서정화·오유방 한판용산/운동권 출신 유인태·설훈 숙명 대결도봉을/고교동문 최상진·김원웅 양보없는 싸움대전 대덕/구민주소속 박지원·박규식 당바꿔 승부부천 소사선거판은 어제의 동지들을 「오늘의 적」으로 만들어놓는다. 현행같은 소선거구제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이어서 승 아니면 패만 있다. 이같은 숙명적 관계는 15대 총선에서도 더욱 확대재생산될 전망이다. 특히 정당구조가 4당체제로 바뀌고 각 당이 득표율을 의식, 무차별적인 영입작업을 벌인 결과로 후보들이 양산되면서 이런 악연은 지난 선거때보다 한층 심화할 조짐이다.
동지와 적관계가 역전된 사례는 최대선거구 보유지역인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용산의 신한국당 서정화의원과 국민회의 오유방전의원은 서울대법대 선후배관계이면서 지난 13대국회에서 같은 민정당소속이었다. 그러나 오전의원이 92년 대선과정에서 민자당을 탈당하고 지난해 국민회의에 입당, 이 곳으로 터를 옮겨 잡음으로써 순식간에 적관계가 되고 말았다.
도봉을에 나설 민주당 유인태의원과 국민회의 설훈부대변인은 학생운동권출신으로 국민회의 창당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원」들이었다. 민주당시절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던 이들은 유의원이 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는 바람에 상대방에 「화살」을 겨누는 처지가 됐다. 80년대에 잇따라 연세대학생회장을 지냈던 이성헌청와대비서관과 정태근씨는 각각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말을 타고 모교가 있는 서대문갑 선거구에서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송파갑에서는 민주당시절 이기택계였던 양문희의원과 김희완씨가 민주당과 국민회의후보로 각각 나서 양보없는 싸움을 벌이게 됐다. 양의원은 이전민주당총재의 비서실장을, 김씨는 이전총재의 대표시절 비서실차장을 지냈다.
영등포갑을 노리는 신한국당 김명섭전의원과 자민련 구창림대변인은 민정당, 민자당에 같이 몸담았었으나 구대변인의 자민련입당으로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 송파병에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한국당 조용직의원과 자민련 조중형씨는 구공화당 공채 선후배 사이로 자민련 창당직전까지 민자당 식구였다. 역시 자민련창당이 두 사람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마포을의 신한국당 공천결과에 따라 강신옥, 박주천의원도 서로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 모두 공천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무소속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원은 13대때 이곳에서 당선됐었으나 14대때 박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주고 전국구공천을 받았었다.
부산은 신한국당 공천결과에 따라 탈당과 무소속출마 사태가 예상돼 곳곳에서 갈등관계가 속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남구갑의 신한국당 허재홍의원과 자민련 정상구전의원이 유일하게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변한 경우이다. 두 사람은 지난 13대총선때 김영삼대통령의 구통일민주당공천으로 나란히 부산에 출마, 당선돼 민자당시절까지 한솥밥 식구였다.
반여권정서가 강해 여권인사들의 무소속출마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대구에서는 여권인사들끼리의 한판승부가 여러 곳에서 벌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구의 신한국당 유성환의원은 구민자당 탈당파인 김현규전의원과 맞붙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수성갑에서는 민정당에서 정치생활을 같이했던 이민헌의원과 박철언전의원이 각각 신한국당과 자민련후보로 대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국당 윤영탁의원은 자신의 직전지구당위원장이었던 이치호전의원이 무소속출마를 선언, 수성을에서 싸워야 한다. 14대총선때는 이전의원이 여당후보로, 윤의원은 국민당후보로 같은 선거구에서 대결했었다.
서구을의 강재섭의원과 최운지전의원은 최전의원이 신한국당에서 자민련으로 옮겨가기 전까지만 해도 신한국당에서 동고동락했었다. 그러나 14대때 전국구로 가면서 이 지역을 강의원에게 넘겨줬던 최전의원이 자민련에 입당한뒤 「고토회복」을 외치면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다. 달서갑에 출마할 신한국당 김한규의원과 무소속 김종기전의원 사이도 강의원과 최전의원의 경우와 비슷하다. 두 사람은 13대때 여당동료의원이었으나 14대 공천을 받지 못한 김전의원이 탈당한뒤 무소속출마를 선언했다.
인천에서는 중·동구·옹진군의 신한국당 서정화의원과 국민회의 김순배씨 관계가 눈에 띈다. 김씨는 국민회의 입당전까지 서의원지구당의 부위원장으로 일했었다. 그러나 국민회의창당과 함께 야당에 들어와 서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연수구의 신한국당 서한샘씨와 국민회의 정구운씨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한때 여야로부터 동반입당교섭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로 가깝지만 선거전에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을 맞게 됐다.
대전에서는 대덕구의 신한국당 최상진전의원, 민주당 김원웅의원, 자민련 이인구전의원의 3각관계가 화제이다. 대전고 동문인 세사람중 최전의원과 김의원은 민정당에서 당료생활을 같이 했다. 또 최·이전의원은 출발은 민정당과 공화당으로 각각 달랐지만 3당합당 이후에는 민자당 울타리에 있었다.
경기 부천소사의 국민회의 박지원대변인과 자민련 박규식의원은 14대국회 출범시만해도 민주당소속 전국구, 지역구의원이었다. 광명갑에 출마할 국민회의 남궁진의원과 민주당 최정택지구당위원장은 지금도 같은 민주당소속이다. 하지만 김대중총재 가신출신인 남궁의원의 국민회의공천이 확정적이어서 벌써부터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용인의 신한국당 이웅희의원과 국민회의 김정길전의원은 13대때 모두 민자당소속이었으며 강원 원주갑의 신한국당 함종한전의원과 최근 신한국당을 탈당한 원광호의원은 원의원 탈당전에는 같은 여당 지붕밑에 있었다.
충북 제천·단양의 신한국당 이춘구전대표와 자민련 안영기전의원은 13대때 민정당의원이었으나 이번에는 당을 달리해 승부를 겨뤄야 한다. 다만 이전대표의 정계은퇴 여부가 변수이다.
충남 공주에선 오랜기간 여당생활을 같이 해온 신한국당 이상재의원과 자민련 정석모전의원이 숙명의 한판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은 자민련창당전까지 민자당소속이었지만 정전의원이 전국구의원직을 박차고 자민련에 참여해 과거 지역구인 공주의 「탈환」을 강력히 추진, 서먹서먹한 처지가 됐다.
정읍에서는 DJ와 적대관계가 돼버린 민주당 김원기공동대표와 DJ비서출신인 국민회의 윤철상사무부총장의 대결결과가 주목된다.<신효섭·장현규기자>신효섭·장현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