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민선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들의 불법 탈법 선거운동단속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시의적절한 조치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는 바로 작년 6·27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이다. 이들에게 사전에 선거개입금지 경고를 내리고 동향을 감시하겠다는 것은 부정선거운동 가능성에 대해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다.사실 지난 연말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들이 모범주민을 표창한 후 관광을 보내는등 선거를 겨냥한 선심행사들이 적발되기도 했었다.
선관위는 앞으로 선거가 임박해 옴에 따라 단체장들이, 특히 정당 공천으로 당선된 기초 및 광역단체장들이 자기 당 소속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나 행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 아래 사전 예방조치를 취한 것이다. 선관위의 계획은 10만여명의 투표구 선관위원 및 자원봉사자를 동원, 단체장들의 불법 탈법행위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의 선거운동 차단 조치는 물론 공무원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소위 관권개입을 막자는 뜻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민선 단체장이 탄생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이기에 특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자치단체장들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보장받기 위해 자기 소속 정당에 잘 보이려는 충성경쟁을 할 우려가 크다. 심한 경우엔 자기 지역의 살림살이보다 자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활동에 주력할 단체장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조순서울시장처럼 국민회의로 가지도 않으면서 민주당을 탈당함으로써 그런 시비를 깨끗이 제거한 탈정치의 모범 단체장도 물론 있다.
단체장들의 선거개입 단속은 선거를 공명하게 치른다는 목적 이외에 다른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체장의 직권을 남용하거나 예산을 엉뚱한 데 쓰는 부당행위를 사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현행 통합 선거법에 따르면 단체장들은 2월11일부터는 단체장 명의의 금품제공이, 2월25일부터는 사업설명회·공청회 등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사실도 아울러 명심해야 한다.
선거관리당국의 단속결의도 중요하고 무서운 벌칙도 유의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엄정중립을 지키겠다는 단체장들의 각오와 결심이다. 자기 당의 고위 간부나 후보로부터 올 수 있는 은근한 지원유혹의 손길을 뿌리칠 수 있는 당당한 모습의 단체장들을 지역주민과 국민은 보고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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