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출에 있어 비례대표제―전국구제는 전문적인 각계직능 대표들의 정계진출길을 열어 주기 위한 제도다. 유럽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근 1백여년간 실시해 오고 있는데 독일은 매우 독특하다. ◆하원의원 6백56명 중 각기 반씩을 지역구와 비례제로 뽑으며 유권자는 선거 때 지역구 후보중 1표, 각주별로 전국구 후보명단을 낸 정당에 1표 등 2표를 찍는다. 전국구 의석은 총 정당득표율 중에서 각당의 당선자를 제한 후 나머지 의석은 주별로 각당에 배정한다. 전국구 의석이 집권을 판가름 짓기 때문에 각당은 정당득표에 전력을 다한다. ◆재미있는 것은 각당 수뇌들을 지역구 출마와 함께 전국구 후보 명단에 내세운다는 것. 16년째 장기집권해 온 헬무트 콜 총리도 번번이 지역구서 낙선 후 전국구로 당선됐다가 94년 선거때 고향서 처음으로 당선됐고 독일 통일의 유공자인 디트리히 겐셔전외무장관 역시 여러차례 전국구 신세를 진 것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전국구제는 6대 국회 때 이래 지금까지 25년 실시돼 오는 동안 여당은 친여 인사에 대한 생색용으로, 야당은 고가판매에 의한 자금조달용으로 변질돼 온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최근 전국구제의 취지를 살리자는 주장속에서 통합 민주당이 독일식의 1인 2투표에 의한 정당 투표제를 공식제기하고 여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문제는 독일의 각당처럼 중앙과 각주(시·도)의 전국구 후보를 당기구 및 당원·대의원 총회에서 민주적인 투표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가 열쇠다. 한국의 풍토대로 당총재가 후보를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또 정당투표제를 당수뇌들의 만년당선의 장치로 삼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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