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이론바탕 남녀차별 원인 분석/경제 자립·모성애 거부 여성해방 주창/“여자는 여자로 키워지는 것” 등 명언도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작가이자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가 49년 발표한 「제 2의 성」은 현대여성해방운동의 교과서로 불린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키워지는 것이다」 「성경의 이념도 남성의 여성장악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등 당시의 전통규범을 뿌리부터 부정하는 파격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종교계와 남성에겐 도전이었고 여성에겐 자아를 일깨우는 촉매제였다. 출간 1주일만에 2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의식있는 여성의 필독서가 됐으나 바티칸 교황청은 즉각 이 책을 금서목록에 올렸고 알베르 카뮈조차도 『프랑스 의 「수컷」을 조롱했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을 정도였다.
보부아르의 논지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고 문화·사회적 영향에서 생겨난 결과」라는 것이다.
그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맹목적 남성 비판을 뛰어 넘어 처음으로 생물학·정신분석학·신학·철학·사회학 등 폭넓은 이론을 바탕으로 남녀의 사회적 조건과 차별의 원인을 명쾌하게 분석, 여성 권리주장의 당위성을 밝힌데 있다.
「제 2의 성」은 여성의 생물학적 고찰, 여성 개념의 역사·신화적 분석, 남성지배에 놓이게 되는 과정, 「제 2의 성」으로 자립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노동을 통한 경제 자립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보부아르는 출산이 자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모성애까지도 부정했다.
그는 또 장 폴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도 유명하다. 이 계약결혼은 1931년 2년간의 시한부동거로 시작됐으나 80년 4월 사르트르가 사망할 때까지 결국 50년간의 평생계약으로 발전하게 됐다.
보부아르는 1908년 파리에서 출생, 29년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교사자격증을 획득했다. 54년 소설 「레 망다랭」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타인의 피」 「진실한 소녀의 수기」 「작별의 의식」 등이 있다. 「제2의 성」은 73년 을유문화사에서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됐다.<여동은기자>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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