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각 정당은 공천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막의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작업을 보면서 후보자 선정과정의 민주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프랑스의 정치사상가 루소는 「영국의 대의민주주의는 영국민을 선거 당일에만 자유롭게 한다」고 비판하면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를 주장한 바 있다. 루소가 문제 삼은 것은 대의제의 결정과 「모두에게서 나와 모두에게 돌아가야 하는」 일반의지 사이의 괴리 가능성이다. 우리의 선거제도나 대의제도는 과연 얼마나 민의를 잘 반영하게 짜여져 있는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다. 하지만 이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주어진 후보에 한정된다. 사지선택형 시험에서 가장 근사한 보기를 선택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은 주어진 후보 가운데서 가장 낫다고 여겨지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좋은 후보가 없으면 좋은 선택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선거가 대의성을 증진하고 민주주의에 기여하느냐의 여부는 결국 어떤 후보자가 투표용지에 올라오는가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정당의 후보자공천은 유권자의 선택지를 대체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성패를 사실상 가름한다. 이렇게 볼 때 공천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인가가 그 나라 민주주의의 정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선진국에서는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코커스나 예비선거와 같은 절차를 통해 대의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후보자공천은 정당의 최고지도자 혹은 지도부의 전유물이다. 철저하게 위로부터 결정이 내려진다. 밑으로부터의 요구나 선호가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나 제도는 거의 전무하다.
물론 공천권의 독점이나 과정이 정당의 결속과 당내 규율에 기여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규모 사회에서의 간접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대의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아래로부터의 투입이 훨씬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유권자들이 불만스러운 후보들 가운데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다시 4년간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면 공천과정의 민주화가 절실하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당일 외에도 주권행사를 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실행되고 있는 제도들을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에 의한 코커스, 정당지지자들 사이의 예비선거, 당내경선 같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혹은 대선거구제 하에서 각 정당이 후보자를 복수로 공천하고 정당득표별로 의석을 배정한 다음 각 정당에서 득표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브라질식의 선거제도도 예비선거와 본선거를 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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