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경색속 북·미 급속접근/미 입장 양해구할 메신저역 관측북한과 미국이 새해들어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관계개선 움직임을 본격화시키고 있다. 북·미의 움직임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척되고 있어 대북정책과 관련된 한·미 공조에 이상이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때문에 13일 우리나라에 오는 앤서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의 방한 목적과 활동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경제 분야를 망라한 북미간 전면적인 관계개선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이 기본합의에 의해 경수로공급과 관련된 문제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다음은 자연히 관계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한국과 미국은 그 속도와 범위를 놓고 적지않은 이견을 보이면서도 이제까지 어렵사리 공동보조를 취해왔었다. 그러나 북미간의 최근 접촉이 한미간에 양해된 「수위」를 넘어설 조짐을 보이면서 공조체제에도 이상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관계개선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운 미군유해 반환협상과 관련, 북한외교부 당국자는 물론 최초로 군부인사까지 9일 하와이 호놀룰루로 불러들인다. 이달 중순께는 미국무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하와이 동서문화센터가 북한의 상당히 유력한 인사를 초청, 심포지엄을 열 계획을 하고 있다. 이 심포지엄엔 한때 핵문제와 관련된 대미협상을 주도해 온 북한의 김정우대외경제위부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워싱턴의 국제경제연구소(IIE)는 내달초 열릴 세미나에 북한 외교부의 이형철 미주국장을 초청해 놓고 있다. 대미정책의 실무책임자인 이형철이 미국으로 갈 경우, 미국무부의 국장급과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을 포함한 관계개선 문제 및 식량지원문제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정부 및 민간차원서 모든 통로를 열어놓고 북한에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판문점 대표부 박임수대좌등 최초의 군인사 방미와 애틀랜타 올림픽 참가결정등으로 이에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말 우성호선원을 돌려보낸 것도 우리 보다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띄우기 위한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 대해 「조화와 병행」이라는 애매한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정부가 북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한미는 북한에 추가적으로 식량을 지원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미묘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레이크 안보담당보좌관의 방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북미간에 이미 관계개선 일정에 대한 비밀합의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만큼 레이크 보좌관이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모종의 메시지를 갖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은 북미관계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양해를 얻으려 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는 이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레이크 보좌관의 방한에 이어 24일부터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간 차관보급 고위전략회의등 일련의 한미접촉에서는 두나라 공조체제의 회복이 가장 큰 현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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