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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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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시작부터 “삐걱”

입력
1996.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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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직결 「금융관할」 싸고 부처간 이견/수단없인 힘 못써 「돈줄」만은 넘겨야­통산부/분리하긴 무리… 현체계로 총력 지원­재경원내달 발족할 중소기업청의 기능과 위상 설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6일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통산부 주관하에 중기청의 조직과 운영의 밑그림을 그린뒤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 이달 임시국회에 상정키로 했다. 그러나 중기청의 실효와 직결된 핵심쟁점을 놓고 벌써부터 관계부처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자칫 설립스케줄에 쫓겨 부처간 절충위주로 조직을 편성할 경우 중기청이 유명무실한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충분한 협의를 거쳐 중기청을 발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쟁점은 역시 정책수단의 보유문제. 통산부는 현재 재경원산하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등 3개 금융기관을 중기청 관할로 이관한다는 시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재경원이 독점하고 있는 3대 경제정책수단(예산 세제 금융)중 부처간 분할이 불가능한 예산 세제는 그렇다 해도 가장 순발력있고 즉각적 약효가 기대되는 「돈줄」(금융)만은 중기청이 맡자는 것이다. 중소기업 주무부처임에도 불구, 중기대책 수립과정에서 사사건건 재경원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통산부로선 「수단(TOOL)없이 힘(POWER)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있으며 차제에 중소기업관련 금융만이라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재경원은 중기관련 금융기관의 중기청이관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상업어음할인 설비자금지원 신용보증등 중소기업 금융업무를 전체 금융정책에서 분리·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울뿐 아니라 특히 중소기업은행은 상업적 성격이 강해 중기청으로 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중소기업대책회의(의장:재경원장관) 중소기업대책점검반(반장:재경원차관)등 범부처차원의 기구가 생긴 이상 현행 조직체계로도 총력적 지원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정책수단 없는 중기청은 한낱 집행기구에 불과해진다. 통산부내 정책부서(중소기업국)는 그대로 존속될 예정이어서 중기청의 「정책결정권한」은 더욱 협소해진다. 그나마 중기청은 별도 지방조직을 두지 않은채 애로청취 자금집행 조사등 일선창구업무는 현행대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맡길 방침이어서 집행기구로서의 성격도 애매한 상태다.

물론 중기청의 설립으로 보다 많은 정부인력이 중소기업업무에 투입돼 구체성없는 포괄적 중기정책 아닌 업종·규모·분야별 정책접근이 가능해진다는 이점은 있다. 그러나 내각차원의 중기대책회의와 점검반, 그리고 재경원·통산부―중기청―중진공으로 이어지는 조직라인의 정책·집행기능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을 경우 중기청은 자칫 옥상옥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기업 금융정책수단을 둘러싼 재경원과 통산부의 줄다리기는 좀처럼 풀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정책수단을 재경원이 보유한다면 중기청 위상은 약화할 수밖에 없고 중기청이 갖는다면 「정책효율화를 위한 수단의 집중」이란 정부조직개편의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 더욱이 「밥그릇 싸움」, 즉 김영삼대통령이 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엄금한 「부처이기주의」마저 개입되고 있어 중기청 기능과 위상설정에서 설립스케줄에 쫓겨 부처끼리 타협할 경우 중기청은 또하나의 정부기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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