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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의 해」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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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의 해」에(사설)

입력
1996.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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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엔이 정한 「빈곤 퇴치의 해」다.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가 빈곤 퇴치의 해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국가발전의 의의를 근본적으로 되새기게 한다. 60∼70년대를 구가했던 이른바 「선성장 후분배」의 발전전략이 90년대에 이르러서도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도시와 농촌의 다양한 소외계층의 힘겨운 삶이 개선의 보장없이 방치되고 있지나 않은지 심각하게 뒤돌아 볼 책임을 국가와 시민사회는 안고 있다.한국은 94년 기준으로 국가예산의 6.04%를 사회보장에 투입했으며 이는 국가예산의 평균 30∼50%를 사회보장에 투입하고 있는 서구 복지국가들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대표적 빈곤국가인 방글라데시같은 나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정부가 공적부조의 일환으로 돕고 있는 생활보호대상자들의 현황을 보면 노인세대, 장애인세대, 모자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체로 경제적 자활의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미치는 정부보조에 의존해 하루하루 연명하는데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여러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무의탁노인, 장애인, 아동 등의 생활도 예산부족, 시설낙후, 서비스인력부족등의 요인이 겹쳐 인간적 존엄성이 유지되는 삶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빈곤과 소외의 현실을 추가적인 경제성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세계 학계 및 지원기구들의 주류 시각은 경제적 자원의 다과만으로 빈곤과 기아를 설명할 수 없으며 오히려 경제적 자원이 곤궁계층에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배분되는 국가제도와 사회조직의 존재 여부가 더욱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일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아니라 2만달러가 되는 시대가 오더라도 내실있고 체계적인 사회보장체계를 확립하지 못하거나 국부를 시민생활의 향상과는 무관하게 낭비하는 풍토하에서는 빈곤계층의 어려움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시민들은 빈곤계층에 대한 이웃과 기업의 관심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 인간주의적 공동체를 건설하는데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불안정한 생존조건에 놓인 이웃들로 둘러싸인 상태에서는 나 자신의 안녕과 행복도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끝으로, 우리는 범세계적 빈곤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저발전국들의 빈곤과 기아를 줄임으로써 조화롭고 정의로운 공동체적 세계질서를 구축하는데 지혜와 자원을 함께 나누는 성숙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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