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추구아닌 고민·방황 극복이 참된자유” 깨닫게내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처음 읽은 것은 63년 무렵이다. 함석헌선생의 번역이었다. 그보다 앞서 함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수평선 너머로」를 감명깊게 읽었던 나는 그 분 자신이 영혼으로 큰 감동을 받은 20세기의 성서라고 추천하는 이 시집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함선생은 번역본의 머리에 실은 긴 서문에서 칼릴 지브란이야말로 20세기의 성자요 병들고 더럽혀진 인간의 영혼을 깨끗이 소생케 해 주는 구원자라고 하였다. 체제적 불의와 인습적 사회악에 맞서 싸우던 반항적 평화주의자 함석헌은 인간적 고뇌와 시련까지 겹쳐 고독하고 암울하던 때에 지브란의 「예언자」에서 전우와 도반을 만난 듯 새 힘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칼릴 지브란은 아랍과 유럽의 문명이 만나는 레바논에서 태어나 조국과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두 개의 세계 사이에서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며 보다 높은 것을 갈구하며 살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20세기 물질문명의 밀림 속에서 지평선 저쪽에 동터오는 새로운 여명을 내다본 예언자요 신비스럽고도 인간애에 넘치는 예술가, 철인이 되었다.
그의 대표적인 산문시 「예언자」를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비기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니체같이 권력의지를 숭상하거나 초월자의 고독을 사랑하지 않았다. 「예언자」의 주인공 알미스타파는 고민하며 방황하는 인간을 사랑하고 그 욕망과 정열을 거룩한 영혼의 불길로 승화시켜 생명의 자유를 얻게 하는 구원자였다. 그는 타고르를 연상시키나 보다 신비하고 만해의 침묵하는 님보다 아우성치는 군중에 화답하는, 살아 뛰노는 혼을 노래하였다.
소개한 「자유에 대하여」는 「예언자」중의 한 편이다. 「그대들은 실로 자유로우리라. 욕망도 슬픔도 없는 밤이 아니라, 근심으로 가득찬 낮에, 또한 오히려 이 모두가 그대들의 삶을 묶고, 그리하여 그럼에도 그대들 벗어 버리고 해방되어 이들 위로 일어설 때만이」.
아마도 이런 지혜의 노래는 그가 오랫동안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온 고난의 땅에 태어나 아메리카와 유럽을 헤매며 많은 눈물과 슬픔 속에 참된 진리와 사랑, 그리고 보다 높고 영원한 생명의 질서를 탐구하는 구도자로서 터득한 자유정신 덕분일 것이다. 인간을 모든 억압과 구속과 집착에서 해방시켜 주는 참된 자유는 주인공 예언자 알미스타파가 말하는 바와 같이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무한의 욕망과 교만, 거짓, 음란의 미망에서 깨어나고 벗어날 때 찾아지는 것이리라. 참「나」가 아닌 나의 욕망과 의지가 추구하고 갈망하는 모든 자유는 우리의 참된 정신과 심혼의 자유를 앗아가고 겁탈하는 음모자의 자유이며 탕아의 자유가 아닌가. 현대문명의 현란한 풍요와 유혹 속에서 거짓자유의 노예가 되어 광란하며 신음하는 인간에게 제시하는 자유의 허상과 실상이 잘 대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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