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를 「중소기업 집중지원의 해」로 삼았다고 한다. 새해벽두부터 중소기업 살리자는 목청이 높다. 정부의 가시적인 동작이 크다. 중소기업청의 신설, 「중소기업대책회의」 및 「중소기업대책반」의 설치·운영, 금융 등 지원대책의 강화 등 중소기업대책의 전통적인 진부성에서 다소 탈피하고 있다. 정부가 어떻든 중소기업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쇠퇴와 쇠락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김영삼정부의 의지다. 그 의지가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강도가 강한 것으로 믿어진다.김영삼대통령은 93년3월 취임초기에도 중소기업지원·육성에 우선을 뒀다. 심지어 공무원들의 처우를 일부 희생시켜 중소기업지원자금으로 전용하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자금난을 완화하지도 못한채 공무원들의 불만만 샀었다. 자금지원이 단발적이고 국지적인 1회성의 임시방편이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였다. 정부는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재연해서는 안된다. 그 폐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올해를 중소기업 갱생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침몰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체제·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정부는 물론 재벌그룹 등 대기업, 금융기관, 중소기업자신 등이 4위1체가 돼서 진지하게 중소기업중흥의 길을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정부 등 관련기관으로부터는 물론 그 자신으로부터도 제대로 인식되지 못해왔다. 경제적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광공업의 경우 종업원 5인이상 3백명미만의 중소기업이 업체수로는 92년말기준 전체의 98.6%(약 7만3,700개사), 종업원수 65.8%(185만명), 생산액 45.8%(104조원) 등으로 돼있다. 우리나라경제에서는 이처럼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엑스트라와 조연」의 대접밖에 받지 못하는데 비해 극소수의 재벌그룹과 대기업들은 「스타」의 예우를 받는다. 물론 「스타」가 영화의 흥행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엑스트라와 조연이 없으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 없는 경제는 상상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그 경제도 끝장이 난다. 지난해 중소기업이 약 1만4,000개사가 도산했다.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세기말적인 재난에 당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상당한 위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경제적 재난도 사태의 악화이전에 치유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불특정 다수를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은 더욱 더 그렇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지금 경제의 지뢰밭을 걷고 있다 하겠다. 자금·인력·판로(시장)·기술 등 4난을 겪고 있다. 어느 지뢰의 희생이 될지 모른다. 지뢰밭철거의 1차적인 공적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정부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그래도 하느라고 해왔다. 중소기업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자금난의 해소다. 그것도 담보대출 아닌 신용대출로 풀어주기를 갈구해온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소기업신용보증기관에 정부출연을 확대해왔다.
올해도 예산에 지난해보다 900억원 늘어난 5,000억원을 책정했다. 중소기업신용보증을 담당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잔액은 지난해 10월말 현재 7만4,000여개업체에 8조2,000억원이나 된다. 중소기업총대출의 17%에 상당한다. 그런데 신용보증을 받아 대출해간 중소기업이 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아준 금액이 92년부터 95년10월말까지 2년10개월 사이에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엄청난 금액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정부가 신용보증재원을 무조건 계속 늘려야한다는 입장이고 정부예산당국은 정부의 재정출연을 무작정 늘려만 갈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이 담보능력이 취약해 신용대출을 증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지금처럼 신용대출을 갚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생각하는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 정부와 신용보증기관은 신용대출의 소모성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소기업 자신들도 자주노력 등 자조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역시 중소기업에 대해 생존의 열쇠를 잡고 있는 것은 재벌그룹 등 대기업이다. 이들이 중소기업과 얼마나 진지하게 운명공동체의식을 갖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가에 달려있다. 정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뭣보다 재벌그룹 스스로의 자발적인 의식전환과 실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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