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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지금 이곳은)

입력
199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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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술에 찌든 새해맞이 당국 동사 경계령까지/“망국병 과음풍조” 매년 수십명 만취사/술꾼들 연휴뒤 결근속출 곳곳 개점휴업모스크바의 관공서와 기업들은 새해 연휴 이튿날인 3일 대부분 개점휴업이었다. 많은 모스코비치(모스크바 시민)들이 새해를 맞느라 「지쳐」 출근을 않거나 쉬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들의 새해맞이 후유증중 가장 심각한 것은 동사. 새해 연휴기간인 구랍 30일부터 2일까지 술을 마신 뒤 길바닥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은 모스크바에서만도 97명에 이른다. 이중 17명은 끝내 이승을 하직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동사자를 감안하면 올해도 모스크바에서 30∼40명이 술로 새해를 맞이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게 관계당국의 추정이다. 러시아의 새해맞이는 이처럼 목숨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극성스럽다.

올해 본격적인 새해맞이는 1일 0시 5분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TV를 통해 신년사를 낭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신년사가 끝나고 TV의 시계가 0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러시아인들은 샴판스코예(샴페인)를 요란하게 터뜨리며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새해 아침 8∼9시까지 술잔을 돌렸다.

모스크바 당국은 새해 첫날 술자리가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유리 리즈코프시장은 모스크바 샴페인 회사에 연말 생산량을 60만병으로 늘릴 것을 지시하고 직접 점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의 크리스탈 보드카회사는 지난 연말 보드카를 2만박스, 병으로 따지면 약 40만병을 팔았다. 이 회사가 모스크바에 보드카를 제공하는 주류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스코비치들이 새해를 맞으며 소비한 술의 양을 짐작할 수 있다.

이때문에 모스크바 당국은 지난 연말 동사 특별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시민들에게 새해맞이 행동요령을 홍보했다. 『새해맞이는 집안에서만 하고 술에 취했으면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

술에 절어 새해를 맞는 러시아인들을 보면서 러시아의 망국병은 과음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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